지난 153년 동안 집권당이
39번 중 36번 하원의석 잃어
민주당이 돌풍 일으킬 순서지만
갈수록 격차 감소돼 백중세로
민주당 현역 출마하는 10개 주는
트럼프 찍었던 ‘레드 스테이트’
경제 호황에 민주당 리더 부재
북한 비핵화 변수도 호재 될 가능성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간선거는 집권당의 패배로 귀결돼왔다. 지난 153년 동안 치뤄진 39번의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은 36번이나 하원의석을 잃었고, 2차 대전 이후 중간선거에서 기존 하원 다수당이 잃은 의석은 평균 26석에 달한다. 앞으로 151일 후에 열리는 11월6일 미국 중간선거는 하원 435석 모두와 상원의 3분의1인 33석을 새로 뽑는 선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민주당이 ‘푸른 파도(Blue Waveㆍ민주당 돌풍을 의미)’를 일으키며 4년 전 중간선거 참패(상원 9석 상실, 하원 13석 상실)를 설욕할 순서다. 전임자들에 비해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보건대 민주당에 유리한 선거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민주당의 상ㆍ하원 탈환까지도 조심스럽게 점쳐졌던 게 연초의 분위기였지만, 현재 분위기는 묘하게 바뀌고 있다.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등장이 미국 의회정치의 전통 문법까지 바꿀 것인지 관심사다.
민주 상ㆍ하원 탈환에 빨간불… 역대 구도 무너지나
‘민주당 상원의원들에게 빨간 불’(5월 8일ㆍ악시오스) ,‘푸른(민주당 상징색) 파도는 벌써 정점을 찍었나’(5월 23일ㆍ쿡 폴리티컬 리포트)….
최근 중간선거의 판세를 분석하는 각종 매체들의 제목이다.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어야 할 민주당의 선거 전망이 썩 밝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상원에서 49석(무소속 2석 포함), 하원 193석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은 상원에서 2석, 하원에서 23석을 더 확보하면 다수당이 될 수 있는 상황. 올해 초만 해도 민주당의 상ㆍ하원 탈환은 현실적 목표로 여겨졌다. 이 기간‘지금 당장 투표할 정당’을 묻는 여론 조사에서 공화당보다 7~9%포인트 가량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양원에서 36석을 더 획득해 대승을 거뒀던 2006년 중간선거 당시 사전 여론조사에서 8%포인트 정도 리드했던 점을 생각하면 근거 없는 낙관론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격차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격차가 3%포인트 안팎으로 줄어들면서 판세는 백중세가 됐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는 상원 선거구 특성이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진단한다. 상원 33석 중 현역의원이 출마하는 주는 민주당이 24곳, 공화당이 9곳으로 민주당이 수성(守城)에 나서야 하는 형세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현역의원 출마주 중 10곳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던 ‘레드 스테이트’라는 점이다. 이 중 5개주(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미주리, 인디애나, 노스다코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40%도 득표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 2,3월 서베이몽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10개주 중 5개주에서 민주당 현역의원이 공화당 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공화당 현역의원이 재선을 노리는 9개 주 중 민주당이 경쟁할만한 주는 네바다, 테네시, 애리조나주 정도다. 이런 구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탈환은커녕 1,2석 가량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은 백인이 다수이고 농촌 지대이며 총기규제에 가장 반대가 많은 주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면서 만만치 않은 선거전을 치르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이들 5개주 의원 중 한 명인 존 테스터(몬태나ㆍ민주) 의원을 “아주 정직하지 않고 메스꺼운 인물”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등 레드 스테이트의 민주당 의원을 겨냥한 맞춤형 공세를 펴고 있다.
최근 완만한 상승세로 돌아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도 민주당을 긴장케 하고 있다. 지난해 말 30% 중반이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한 여론조사에서 44.4%까지 뛰어 올랐다. 전국 지지율은 낮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의 지지는 86%에 달한다. 2010년 중간선거 직전 민주당원들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지지율(80%)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 대선보다 투표율 변수가 강한 중간선거에서 집토끼들의 높은 지지율은 공화당에는 희망적 신호다. CNN의 정치평론가 론 브라운스타인은 “많은 규범파괴적 행태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분명히 초기보다 공화당 지지세력을 결집시키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인 애담 젠틀슨은 뉴욕타임스에 “공화당이 장점은 과장하고 약점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민주당이 (상원에서) 2,3석 가량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은 당을 응집시킬 확실한 리더가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전국적 바람몰이를 꾀하기보다는 지역별 각개격파 전략을 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메시지가 없다는 게 민주당의 최대 문제”라면서 “민주당은 지지자들을 규합하기 위해 판세가 불리하다 싶으면 9월 말이나 10월 초쯤 트럼프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문제는 경제? 북핵 문제 변수 작용 여지도
경제상황이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견해가 엇갈린다. 쿡 폴리티칼 리포트는 “갤럽조사 결과 미국인 67%가 ‘현재 미국은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시절’이라고 응답했다”면서 “이는 최근 17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로, 공화당 지지자들은 경제가 튼튼하면 대통령을 강력하게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고 최근 미국 경제상황이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호황 속에서도 2000년 대선에 패배했던 앨 고어, 금융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전례를 볼 때 호황이 집권당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안으로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아졌다고 주장하고, 최근 18년 이래 최저인 실업률(3.8%, 5월)을 홍보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연료비 상승, 주거비 상승,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임금 때문에 ‘밑바닥 경기’는 나아지지 않았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몬머스대 여론조사에 따르면 최근의 호황으로 혜택을 받는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12%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올인’하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 비핵화 문제는 변수가 될까. 대외정책은 중간선거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견해와, 결정적 변수는 못되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조커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테러나 전쟁 등을 제외하고 대외문제가 중간선거의 쟁점이 되지 않는다”며 “경제ㆍ복지ㆍ감세안 등이 부각될 것이고 북핵이 이슈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서정건 교수는 “경제상황도 좋고, 감세안으로 서민들 주머니 사정이 나아진 상황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외교적 과실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선명한 비핵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과민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임성호 교수는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릴 경우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선거에 활용할 것”이라며 제한적으로나마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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