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는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환영” 목소리
굵은 눈발이 휘날린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전국 2,400여 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제13차 범국민행동의 날’ 촛불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으로부터 기각된 이후 열린 첫 집회다. 낮 기온이 영하에 머무는 추운 날씨에도 집회에는 15만 명(주최측 추산)에 달하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법원의 영장기각을 규탄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재청구를 특검에 촉구했다. “이재용을 구속하라, 재벌총수 구속하라”는 구호와 함께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사전발언대에서 광화문 촛불수화 통역팀 관계자는 “버스비 2,400원을 횡령한 버스 기사와 430조 뇌물을 제공한 이재용 부회장 중 어떤 사람이 더 큰 죄를 저질렀는지는 누구나 알 수 있음에도 법원은 삼성 편을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집회에 참석, ‘이재용 구속’을 촉구했다.
법원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시민들도 있었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이정희(42ㆍ여)씨는 두 딸과 함께 집회에 나와 “지난 주에는 참가를 못했었는데, 이재용 구속이 기각된 것에 충격을 받아 다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를 위해 세종시에서 올라왔다는 신모(15)양은 “영장 기각에 화가 잔뜩 나신 부모님이 ‘(촛불집회에) 한 번 나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부모님과 함께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생 여성민(20)씨는 “법원에게 ‘구속이 민의’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단체로 이뤄진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이날 맞불집회를 열어 법원의 영장기각 결정을 환영했다.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는 오후 2시 사전집회에서 “영장을 기각한 판사는 칭찬받을 일을 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일을 한 것이다. 요즘 비정상적인 일들이 워낙 많으니 정상적인 일만 해도 박수가 나온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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