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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탈 원전을 둘러싼 ‘팩트 찾기’

입력
2017.07.2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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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팩트 체크’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과 SNS를 통해 자극적인 거짓 정보가 빠르게 전파돼 여론 형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팩트 체크’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거짓인 경우는 쉽다. 예를 들어 ‘독일은 탈원전 이후 전력이 부족해 프랑스의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 정보이다. 독일은 10여 년 이상 전력을 수출해온 나라이며, 탈원전 선언 이후 오히려 순 수출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팩트 체크’는 대부분 이처럼 간명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대표적인 게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논란이다. 최근 한 야당의원은 독일과 일본의 2015년 전기요금이 2010년 대비 각각 21%와 19% 상승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탈원전 선시행 독일과 일본 전기요금 얼마나 올랐나’와 같은 제목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르거나 매우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하다. 먼저 일본은 국민들의 탈원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는 나라다. 최근 일본의 전기요금 인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에 생겼다. 현재까지 추산된 후쿠시마 원전 폐로·배상비용은 200조원을 넘고, 안전 규제 강화로 원전에는 엄청난 보강공사가 진행 중이다. 원전 보강공사 동안 늘어난 LNG 발전으로 연료비 상승 등 요인이 겹쳐 전기요금이 급등한 것이다. 독일의 경우,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에너지 효율 등이 높아지면서 실제 가정의 총 전기요금 지출금액은 큰 변화가 없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단가가 올라간다고 지출금액이 그만큼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한편 이 주장은 같은 기간 국내 전기요금이 29.6%나 올랐다는 사실을 감춘다. 2010~2015년, 우리나라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낮은 전기요금 논란이 커지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안전규제 비용 상승, 폐로 비용 상승 등이 겹치면서 원전의 발전 단가는 2010년 kWh당 39.61원에서 2015년 62.69원으로 58.3%나 급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독일이나 일본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런 설명 없는 ‘탈원전=전기요금인상=국민경제 악화’란 도식은 국민을 겁줄 수는 있어도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지 40년이 넘었지만, 원전의 진실은 여전히 가려진 게 많다. 당장 발전 단가에 대한 자세한 자료조차 미공개 상태이다. 폐로 비용과 사용후 핵연료 처분비용, 미흡한 안전규제 비용 등은 여전한 쟁점이다.

원전을 둘러싼 ‘팩트 체크’는 단편적 지식에 머무르지 않고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짧게 진행될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 기간에 국한될 것도 아니다. 원전의 주인은 소수 원자력계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은 기본적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원자력계의 일방적 홍보만 접해왔다. 이제 진실을 바탕으로 제대로 판단할 때이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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