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C&C 지분 33% 최다 보유… 지주사와 주식 교환 땐 경영권 안정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지분비중이 가장 높은 SK C&C와 그룹 지주사인 SK홀딩스 합병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 회장의 그룹 지배구조 강화를 위해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홀딩스 내 관련 조직을 중심으로 한 재무팀 조직이 SK C&C와 합병에 따른 제반 사항 검토에 착수했다. SK C&C는 그룹의 전산업무를 총괄하는 시스템통합(SI)업체로, 33.1% 지분을 보유한 최 회장이 최대 주주다. 또 SK C&C는 SK홀딩스의 최대 주주로, 31.82%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양 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SK C&C와 SK홀딩스 주식을 일정 비율로 교환하게 돼 자연스럽게 최 회장의 지주사 지분도 올라가게 된다. 최 회장은 보유 중인 지주사 지분이 0.02%에 불과하다. 최 회장의 안정적인 그룹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지주사 지분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양 사 합병을 시기의 문제일 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여기고 있다. 그룹 사정에 정통한 인사들은 연내 계획을 마무리하고 내년 초 이후에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이 수감 중인 사정도 있지만, SK C&C 및 SK홀딩스의 주가가 민감한 고려 대상이다.
최 회장이 최대 주주인 SK C&C 주가가 올라갈수록 최 회장에게는 유리하다. SK C&C의 주가가 SK홀딩스 보다 비쌀수록 SK C&C 한 주당 SK홀딩스 교환율이 높아져 최 회장의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계산하에서 그룹 내부적으로는 SK홀딩스 주가가 오르기를 기대하고 있다. SK홀딩스 주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SK C&C 주가는 더 높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합병에 필요한 주가는 당사자인 양 사가 논의해서 1개월 평균 주가로 하든, 3개월 평균 주가로 하든 정하기 나름”이라며 “SK는 SK홀딩스 주가를 일부러 끌어내리지 않고 더 오르기를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1일 종가 기준 SK C&C 주가는 21만2,500원, SK홀딩스는 1주당 16만2,500원이다.
SK증권 처리도 과제로 남아 있다. 금산분리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사가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어서 SK홀딩스는 2012년에 SK증권을 주식 매각을 통해 지주사 체제 아래 있던 SK네트웍스에서 떼어서 지주사 지분이 없는 SK C&C로 넘겼다.
하지만 SK홀딩스와 SK C&C가 합병하면 SK증권이 다시 지주사 체제로 편입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룹도 SK증권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증권은 정부에서 중간 금융지주사를 허용하던가, 지주사의 은행을 제외한 금융업체 지분 보유를 허용하지 않으면 매각 외에 방법이 없다”며 “이 문제 때문에 합병 시기가 내년 초 이후로 미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합병 이후 SK C&C의 사업 처리문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는 SK C&C의 SI 사업이 전문적이어서 SK홀딩스가 직접 사업을 맡기에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를 감안해 SK이노베이션처럼 지주사 밑에 사업자회사를 두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그룹 관계자는 “합병 상황에 따라 SK C&C에서 중고차 사업, 반도체모듈 등도 별도 자회사로 떼어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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