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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공개 공언… 전례없는 여론전… 어이없는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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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밀 공개 공언… 전례없는 여론전… 어이없는 국정원

입력
2015.07.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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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공작활동은 내용 떠나 기밀

여권서도 "명백한 현행법 위반"

"안보 약화" 언론ㆍ정치권에 화살

직원들 집단행동ㆍ성명서까지

20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정문 입구가 바리케이드로 굳게 닫혀 있다. 전날 자살한 해킹팀 직원의 유서가 이날 추가 공개됐지만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20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 정문 입구가 바리케이드로 굳게 닫혀 있다. 전날 자살한 해킹팀 직원의 유서가 이날 추가 공개됐지만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한 모든 의혹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국가정보원이 국내 사찰 의혹으로 코너에 몰리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대테러·대북 공작활동 자료를 공개키로 결정하고 국정원 직원 자살과 관련한 의혹제기에 집단성명으로 대응하는 등 정보기관 본연의 모습과는 다른 방향으로 폭주하고 있다. 이에 여당마저도 “정치적 의혹을 해소하려는 작은 목적을 위해 대한민국 최고 안보기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 안이한 대테러ㆍ대북 공작활동 공개 결정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자료는 자살한 임모 직원이 삭제한 ‘대테러·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불러온 자료’다. 정보기관 주변에서는 삭제된 내용이 대테러·대북 공작활동 대상자의 이름과 국정원 내 해당 공작활동 담당자의 신원과 활동 목적 등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제는 이 자료들이 구체적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분류 자체만으로도 국정원법이 규정한 ‘국가기밀’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동법 13조 4항에 따르면 국가기밀이란 ‘국가의 안전에 대한 중대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한정된 인원만이 알 수 있도록 허용되고, 다른 국가 또는 집단에 대하여 비밀로 할 사실·물건 또는 지식’으로 정의하고 있고, 2항은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일 경우 국정원장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의무가 있다’고 못 박고 있다.

때문에 당장 여권에서부터 국정원의 자료 공개 결정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20일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은 가장 은밀하게, 국가의 안보를 위해 일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다 만천하에 드러내는 것은 스스로 정보기관의 정보력을 악화시키고 손발을 묶는 행위”라며 “국정원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국정원이 의혹 조기 해소를 위해 ‘삭제 자료 공개’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민 것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국정원장이 국가기밀을 이유로 자료 공개를 거부할 경우, 국회 정보위가 국무총리를 통해 소명을 요구해 7일 이내 답변을 받도록 국정원법 13조에 규정하고 있음에도 성급히 공론의 장에 국가기밀을 올렸다는 지적이다.

● 집단성명에다 정치권·언론 향한 협박전까지

국정원은 나아가 유례없는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정원을 근거 없는 의혹으로 매도하는 무책임한 논란은 우리 안보를 약화시키는 자해행위”라며 정치권과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고, 국정원 직원들은 전날 공동성명서에서 “그의 죽음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가는 소재로 삼는 개탄스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국정원과 직원들의 이 같은 행동은 ‘국정원은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국정원법 9조 2항을 정면으로 어긴 것이라는 역풍에 직면하고 있다. 판사 출신의 서기호 정의당 국정원 국민사찰의혹 진상조사단 단장은 “국정원 직원들의 성명은 정치관여금지에 위배되는 노골적 정치관여”라며 “국정원장은 이와 같은 성명이 나오게 된 계기, 누가 주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원장은 “국정원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은 성명서를 내는 게 아니라, 이 사태를 제대로 규명해 실추된 국정원 이미지를 어떻게 쇄신할 것인가를 성찰하는 것”이라며 “국정원이 방어, 은폐에 급급하고 고인의 죽음을 국면 전환에 활용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국정원 이미지는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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