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후원금지’ 헌법불합치
“다당제 개선위한 기반”평가도
헌법재판소가 23일 정당 후원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일반 시민도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직접 후원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다. 정당후원회 폐지 이후 10년 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소수정당들은 이에 따라 다소 형편이 나아질 전망이다.
소수정당의 재정적 기반이 돼 왔던 정당후원회 제도는 1980년에 도입됐다가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이른바 차떼기 사건(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대기업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트럭째 전달받은 사건)으로 폐지됐다. 2004년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2006년부터 정치인 개인은 후원회를 두고 정치자금을 기부 받을 수 있지만 정당은 후원회를 둘 수 없게 된 것(정치자금법 6조)이다. 불법정치자금과 정경유착을 막는다는 명분이었지만 그 피해는 정당후원금에 의존하는 소수정당, 특히 진보정당에게 돌아가는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거대 정당의 경우 국가보조금 비중이 커 후원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다.
이날 결정으로 소수 정당은 재정 문제에서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소수 정당의 재정적 활로를 터 줌에 따라 다당제를 향한 정치환경 개선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원이 아닌 일반 시민도 지지하는 정당에 직접 후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게 됐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결정 직후 브리핑을 통해 “2004년 개정된 정치자금법에 따라 정당후원회가 폐지된 것은 거대 정당들의 정치자금 불법성과 과거 한나라당의 차떼기 불법대선자금을 차단시키는 명분으로 소액후원을 희생시킨 개악이었다”며“정당후원회의 부활은 정당의 건전한 정책경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도 일단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애초에 정당 후원의 길을 막았던 새누리당은 다소 마뜩치 않은 표정이 역력했다. 새누리당은 “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 및 정당에 대해 후원을 하는 것은 자유이자 권리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당이 이번 판결을 악용해 부를 축적하거나 정당 고유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나는 형태의 후원금 모금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차떼기 사건으로 인해 정당 후원을 금지하게 된 만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불법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짐짓 새누리당을 겨냥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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