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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건너 청자타워서 슝~ 가우도의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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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 건너 청자타워서 슝~ 가우도의 봄날

입력
2018.03.27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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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꼭대기 청자타워에서 저두마을까지 연결되는 ‘집트랙’ 아래로 강진만의 푸른 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강진=최흥수기자
가우도 꼭대기 청자타워에서 저두마을까지 연결되는 ‘집트랙’ 아래로 강진만의 푸른 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강진=최흥수기자

전남 강진군의 여행 심벌은 강진만을 형상화한 영어 대문자 ‘A’다. 영암에서 발원한 탐진강이 장흥을 거쳐 바다와 만나는 강진읍부터 남해와 접한 마량면까지, 직선거리 약 20km에 달하는 강진만이 길다란 A자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빨래집게 모양이라고도 하는데, 사선으로 갈라진 두 지형을 연결하는 지점에 가우도가 자리 잡고 있다. 강진읍 뒤편 보은산이 소의 머리라면 가우도(駕牛島)는 멍에에 해당한다고 여겨 이렇게 부른다. 강진만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섬이 육지와 연결되면서 A자도 완성됐다.

가우도와 도암면을 연결하는 망호 출렁다리. 교각이 쇠뿔 모양이다.
가우도와 도암면을 연결하는 망호 출렁다리. 교각이 쇠뿔 모양이다.
가우도 순환 산책로의 영랑나루 쉼터.
가우도 순환 산책로의 영랑나루 쉼터.
망호 출렁다리 뒤편으로 만덕산 바위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망호 출렁다리 뒤편으로 만덕산 바위능선이 웅장하게 펼쳐진다.
가우도 청자타워 집트랙.
가우도 청자타워 집트랙.

대구면 저두마을과 연결한 가우도 출렁다리는 438m, 도암면과 연결하는 망호 출렁다리는 716m다. 이름은 출렁다리지만 실제로는 튼튼한 철제 교량이다. 바람이 세고 물살이 거친 바다 위를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삐죽 솟은 교각은 쇠뿔을 형상화했다. 다리를 건너면 산책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약 30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섬은 특별히 예쁜 것도 꼭 봐야 할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작은 섬 마을의 고즈넉함에 육지와 연결됐다는 달뜬 분위기가 조금 겹칠 뿐이다. 가우도 출렁다리를 건너 왼편으로 돌면 바다와 접한 목재 데크 길이고, 맞은편은 얕은 산자락을 걷는 길이다. 목재 데크에는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의 동상과 대표작도 몇 편 세웠다. 섬 서편에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마을 가까이 이르면 강진만 건너편으로 만덕산의 바위 능선이 우람하게 펼쳐진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품고 있는 만덕산은 해발 408m로 그리 높지 않지만, 험준한 바위산이어서 등산은 만만치 않다.

마을 뒤편 산꼭대기로 오르면 고려청자 모형의 타워와 만난다. 25m 높이의 청자타워에서 대구면 저두해안까지는 ‘집트랙’을 설치했다. 약 1분이면 973m의 와이어에 매달려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 아찔함과 짜릿함을 즐기는 가격은 1인 2만5,000원, 이 가운데 5,000원은 강진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강진사랑상품권으로 되돌려 준다. 공중하강 체험시설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곳에까지 굳이 필요할까 싶은데, 젊은층을 겨냥한 이렇다 할 즐길 거리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강진군에서는 내심 기대가 큰 모양이다.

가우도와 함께 볼 만한 곳으로 대구면에 고려청자박물관이 있다. 대구면과 칠량면 일대에는 고려 초기부터 도자기를 만들던 가마터가 188개나 발견된 청자의 보고다. 바다와 가까워 해상 운송에 편리하고, 무엇보다 도자기의 주원료인 고령토와 규석이 산출돼 청자를 빚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강진에는 현재도 약 30개업체가 청자를 생산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사당리 41호 청자가마를 직접 볼 수 있고, 여러 출토 유물과 꾸준히 매입해 온 청자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다만 국보급 고려청자는 대부분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하고 있어서 다소 아쉽다. 그래도 강진에서는 어디서나 청자가 흔하다. 박물관 외벽 일부는 현대적 상감(象嵌)기법으로 만든 청자로 장식했고, 하다못해 공동 급수대에도 청자 타일을 붙여 놓았다.

전시물인지 창고인지…고려청자박물관 앞 마당에 청자 작품과 파편이 쌓여 있다.
전시물인지 창고인지…고려청자박물관 앞 마당에 청자 작품과 파편이 쌓여 있다.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강진만생태공원 갈대밭 아래서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다.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강진만생태공원 갈대밭 아래서 왜가리 한 마리가 먹이를 먹고 있다.

고려청자박물관 옆에는 얼마 전 한국민화뮤지엄이 개관했다. 강원 영월의 조선민화박물관의 자매관으로 4,500여점의 작품 중 250점을 순환 전시하고 있다. 호랑이ㆍ부엉이ㆍ잉어 등 민초들에게 친숙한 동물 그림뿐만 아니라 예술성과 인문학적 교훈을 함께 담은 작품도 보유하고 있다. 2층 ‘19금’ 춘화방도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고즈넉함을 즐기기에는 강진만 상류의 강진만생태공원도 괜찮다. 탐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기수지역에 1,100여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하천 정비사업으로 갈대 숲의 일부가 사라졌음에도 20만평이나 되는 갈대 군락지 사이로 산책길을 조성해 놓았다. 아직 새싹이 올라오지는 않았고, 지난해 자란 매끈한 갈대가 바람에 일렁이며 서걱대는 모습이 이채롭다.

[강진 여행 수첩]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산책길은 오르막이 가파르기 때문에 백련사에서 다산초당 방향으로 걸어야 더 수월하다. 다산초당 입구 귤동마을에서 백련사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거리는 약 2.4.km, 다시 걷기에는 부담스럽고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다산초당에서 가우도로 가려면 도암면 망호마을 주차장에 차를 대고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이 빠르다. 반대편 저두마을 주차장으로 가려면 어쩔 수 없이 강진만을 한 바퀴 돌아야 한다. 30km가 넘는 거리다. ●강진읍내에는 남도밥상 음식점이 유명하다. 40년 넘게 한정식을 해온 ‘예향’은 4인 기준 10만ㆍ12만ㆍ16만원짜리 남도밥상을 내놓는다. 회와 삼합, 육회, 꼬막무침, 보리굴비, 전복구이, 떡갈비 등 정통 남도 요리를 대부분 맛볼 수 있다. 해산물과 토종닭에 12가지 한약재를 넣고 1시간 이상 고은 후 문어 한 마리를 얹어 나오는 ‘회춘탕’도 강진의 별미다. 읍내 ‘하나로식당’에서 12만원(중짜는 10만원)짜리를 시키면 성인 4명이 다 못 먹을 정도다. 간단한 식사로는 강진만에서 훌쳐 올린 짱뚱어탕이 제격이다. 읍내 ‘강진만갯벌탕’ 식당에서 ‘갯벌탕’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짱뚱어는 햇볕에 나와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비린내가 없어 향신료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맛은 추어탕과 비슷하다.

강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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