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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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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영면

입력
2017.06.2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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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모 농사일 돕다 불의의 사고

“이웃에 온정 베풀던 삶 기리고자”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문경민(45)씨가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으로 만성질환자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했다. 전북대병원 제공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문경민(45)씨가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으로 만성질환자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영면했다. 전북대병원 제공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를 돕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가 만성질환자 5명에게 장기와 인체 조직을 기부하고 눈을 감았다. 주인공은 문경민(45)씨로 그는 간과 신장 2개, 각막 2개, 인체조직을 기증했다. 인체조직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에서 다수의 환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문씨는 11일 오후 전북 군산시 임피면의 농사현장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전북대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그는 사고 당일 모내기를 도우려고 트럭에 모판을 싣던 중 제동장치가 제어되지 않은 차량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했다. 문씨는 주택 벽과 트럭 사이에 끼인 채 발견됐다.

문씨 아버지가 뒤늦게 아들을 발견하고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는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다. 군산의 한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문씨는 부모와 함께 살아왔으며 부모를 끔찍이 여기던 효자로 소문난 아들이었다. 이날도 휴일을 맞아 농사를 돕다가 변을 당했다.

문씨의 지인은 “문씨는 어르신이 물건을 들고 가면 아무리 바빠도 들어줄 정도로 어른을 공경할 줄 아는 성품을 가졌다”며 “이리도 착한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더욱 애석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족은 평소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온 고인의 삶을 기리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문씨의 가족도 생명 나눔의 숭고한 의미를 깨닫고 기증에 동참했다. 남동생인 성민(39)씨는 “형의 장기기증을 통해 만성질환으로 고통 받는 많은 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데 크게 감동했다”며 “아내와 함께 장기기증 서약서를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희철 전북대병원장기이식센터장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려준 고인과 유족들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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