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이동국(35 전북)과 김은중(35 대전). 1998년 10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처음 만난 둘은 환상의 궁합으로 9골을 합작(이동국 5골, 김은중 4골)하며 우승 환호를 내질렀다. 그리고 16년이 흐른 2014년, 둘은 다른 유니폼을 입고 나란히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의 우승을 이끌었다. 이동국은 자신의 가치가 바닥을 쳤던 2009년 손을 내밀어 재기의 기회를 준 전북에서, 김은중은 K리거 생활을 접고 미국 땅으로 향하려던 올해 초 '역사를 함께 쓰자'며 붙잡은 친정팀 대전에서 일군 우승이었기에 더 의미 있었다. 이동국과 김은중 모두 "한 시즌 함께 우승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는 서로를 향해 진심 어린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11월 13일 전주에서 이동국이, 14일 대전에서 김은중이 서로를 향해 전한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올해 나는 K리그 클래식에서, 너는 K리그 챌린지에서 우승하니 정말 기분이 좋다. 대전은 K리그 클래식에 충분히 올라 올 만한 팀이었어. 어려운 선택이었겠지만, 친정팀 대전으로 돌아와 시즌 막판까지 최선을 다 해 우승을 이끈 모습 너무 보기 좋더라.
우리 눈만 마주쳐도 통하던 때가 있었지? 올해 함께 우승하니 1998년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유연하게 움직이면서 공간을 크게 활용했던 너의 경기 스타일과 빈 자리를 잘 찾아 들어간 내 경기 스타일이 정말 잘 맞았지. 같은 방 쓰면서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재일동포 기자 분께 통역을 받아 오노 신지, 오가사와라 등 일본 선수들과도 친해졌던 기억까지 생생하다.
노장 선수들은 비켜주는 게 미덕이라는 말도 있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생각해. 팀이 잘 될 때는 그런 부담이 없지만 연패에 빠질 때 괜히 노장 선수들 때문 않을까 하는 부담도 크더라고. 하지만 힘 닿는 데까지 뛰고, 많은 노하우를 전하는 역할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 경기장에 들어가기 몇 초 전까지 느껴지는 그 설렘을 은퇴할 때까지 느끼고 싶어.
은중아, 컨디션 좋아 보이던데 한 시즌 더 뛰지 그래? 내년 K리그 클래식 무대에서의 맞대결 기대하고 있을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 멋진 활약 보이면서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자. 화이팅!
나이 서른 다섯에 13골이라니, 대단하다 동국아. 득점왕 여부와 관계 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내겐 2014년이 정말 행복했던 해로 기억될 것 같아. 기자가 대전에 온 선택에 몇 점 주고 싶냐고 묻길래 95점이라고 말했을 정도야. 우리 젊은 선수들도 너무 잘 해줬고, 무엇보다 팀 내에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된 시즌이었어.
현영민, 박동혁, 김용대, 그리고 너까지. 같이 커 온 동기들이 지금까지도 자기 위치에서 좋은 활약 펼치는 모습을 보니 정말 행복하다. 체력이나 경기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선수 생활을 고집하는 건 좋지 않지만, 네 말처럼 운동장 안팎에서 모범이 되고 팀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힘 닿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 또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아.
맞다, 내년 K리그 클래식에서 같이 뛰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했지? 현역으로 더 뛸 확률은 아직 50% 정도인 것 같아.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사장님, 감독님과 천천히 상의 해가며 고민을 더 해보려고. 모쪼록 좋은 선택 하도록 할게.
올해 대전도 대단했지만, 전북 역시 훌륭한 업적들을 많이 남긴 것 같아. 지난번 통화 때 가장 투자가 많은 전북이 우승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거 기억 나? 투자도 투자지만 너의 부활이나, 은성이 형의 아름다운 은퇴를 위해 뜻을 모아주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고맙더라고. (▶최은성을 레전드라 부르는 이유)
동국아, 다친 데는 좀 어때? 꼭 빨리 회복돼서 내년 초에 열릴 아시안컵에서 뛰는 네 모습을 보고 싶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멋진 활약 기대할게. 언제나 널 응원해!
대전=김형준기자 mediaboy@hk.co.kr
전주=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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