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립군을 도왔다는 증언이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친의 친일ㆍ독재행위를 미화하기 위해 국정화를 강행하려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지만, 증명되지 않은 특정인의 주장을 무리하게 인용함으로써 오히려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장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2004년 노무현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을 추진하며 한나라당을 ‘친일’로 압박했지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반민규명위)는 박 전 대통령을 친일파로 분류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변인은 “오히려 독립운동을 한 공로로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은 백강 조경환 선생께서는 박 전 대통령을 독립군을 도운 군인으로 기억했다는 증언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논란을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비밀 독립군’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2004년 이기청 의병정신선양회 사무총장의 신문 독자투고를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백강 선생이 하루는 내게 박 (전) 대통령에 관한 얘기를 들려줬다”면서 ‘박 전 대통령은 일제시대 일본군 소좌 계급장을 달고 만주에서 복무하면서 극비리에 독립군을 도왔고, 당시 상해임시정부는 독립군을 보충해야 할 매우 어려운 상황이어서 박 소좌의 도움이 컸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이 사무총장의 투고 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측이 박 전 대통령의 친일 의혹을 반박하는 자료로 활용됐다.
이에 대해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상해임시정부는 1932년까지 존재했기 때문에 당시는 충칭임시정부 시절이고 사료상으로도 만주에서 왔다는 독립군에 대한 기록은 없다”며 “박정희의 계급도 소좌가 아니라 중위였다”고 반박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백강 선생이 타계해 확인할 수 없고 학계도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주장을 공당인 새누리당이 공식 브리핑해 황당하다”고 혀를 찼다.
박 전 대통령이 반민규명위가 발표한 친일인사 1,006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해서 친일파로 볼 수 없다는 새누리당의 논리도 도마에 올랐다. 이 연구위원은 “당시 반민규명위는 박정희의 만주군 활동 기록만으로는 독립운동을 탄압했다고 볼 수 없어 명단에 넣지 않은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일본 국회도서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만주군관학교 혈서 지원’을 미담으로 소개한 1939년 3월 31일자 만주신문 기사를 찾아낸 뒤 그 해 11월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의 박 전 대통령 항목에 이를 수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는 게시 및 배포금지 가처분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유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