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바둑기사 김인·유창혁 9단
갈은계곡 바위서 신선 차림 수담
‘옥녀봉 산마루에 해가 저물어/바둑을 못 끝낸 채 집으로 돌아갔네/이튿날 날이 밝아 다시 와 보니/흰 꽃 검은 꽃이 돌 위에 피어 있네’
신선이 바둑을 즐겼다는 설화가 깃든 충북 괴산군 갈은구곡의 선국암(仙局岩)에서 프로바둑 입신(入神ㆍ프로9단의 별칭)들이 수담을 나눈다.
7일 괴산군에 따르면 프로기사 김인 9단과 유창혁 9단이 오는 19일 괴산군 칠성면 갈론리 갈은구곡의 제 9곡인 선국암에서 특별 대국을 벌인다. 이 대국은 선국암을 널리 알리기 위해 여는‘제1회 괴산 선국암 바둑한마당’의 이벤트 중 하나다.
옛날 풍류객들이 그랬듯 김인 9단과 유창혁 9단은 선국암에 음각된 바둑판에서 신선놀음을 재현할 참이다. 괴산한지체험관에서 제작한 한지 두루마기를 입고 대국한다. 주최측은 신선이 바둑을 두는 무릉도원의 분위기를 연출하려 대국이 이뤄지는 동안 대금연주, 전통차시연회, 휘호쓰기 등을 선보인다.
갈은구곡 중 제 9곡인 선국암은 30여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너른 바위다. 평평한 바위에 19로 반상이 새겨져 있고 바둑돌을 담는 구멍까지 움푹 파여있어 바둑바위로 불린다. 음각된 바둑판은 현대 바둑판과 크기가 비슷해 실전 대국이 가능하다. 바둑판 네 모서리에는 사노동경(四老同庚·4명의 동갑내기 신선)이라는 글씨가 한자씩 음각돼 있다. 바둑판과 글귀 등은 1800년대 말 갈은구곡을 설정한 전덕호(1844~1922)씨가 120여년 전에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갈은구곡의 최상류에 위치한 선국암은 풍광도 뛰어나다. 바위 아래로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위로는 흐드러진 나뭇가지가 바닥에 그늘을 만든다. 널찍한 바위에 앉아 여유롭게 수담을 나누는 풍류객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한편, 김인 9단과 유창혁 9단이 기념 대국을 벌이는 동안 괴산읍 괴산종합운동장에서는 일반인들의 바둑 대회가 펼쳐진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동호회단체전이 하이라이트다. 전국에서 5인 단체전 60개팀이 선착순으로 참가해 기력별 치수제로 경기가 치러진다.
정순오 괴산군바둑협회 전무이사는 “한시와 바둑이 어우러진 갈은구곡의 아름다운 자연과 풍류, 힐링을 선사하기 위해 선국암 특별 대국을 준비했다”며 “앞으로 괴산이 바둑의 본고장임을 널리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 사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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