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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상 신뢰 받으려면 살림살이 투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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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세상 신뢰 받으려면 살림살이 투명해야”

입력
2015.11.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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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목회자의 처우에 공과 사의 구분이 가능하냐'는 등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5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목회자의 처우에 공과 사의 구분이 가능하냐'는 등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예수님이 하나님과 재물을 같이 섬길 수 없다고 하셨지만, 어디 교회 현실이 그런가요? 재정 얘기만 나오면 눈 닫고 귀 닫고 입을 닫기 바쁘죠. 이렇게 믿음 뒤에 숨지만 말고 본래 사명을 회복해보자는 뜻을 모았습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결성 10년을 맞았다. 국내 개신교계에선 처음으로 교회에 재정 관리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요구해온 단체다. 한국교회가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살림살이부터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005년 출범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경영연구원,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바른교회아카데미, 한빛누리재단 등 5개 단체가 실무자를 겸임 또는 파견하는 형식이다. 번듯한 사무실도 없이 교계의 금기 아닌 금기들을 차근차근 짚어왔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최호윤 실행위원장(회계사)은 “교회가 돈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면 자본주의적, 영리조직적 마케팅의 공간이 돼 버리고, 결국 교회 본질의 정체성이 상실된다는 문제 의식에서 함께 고민을 시작한 것이 모임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결성 첫 해부터 매년 세미나를 열어 ▲한국교회 재정 운용 실태 ▲투명한 재정 관리 방안 ▲예산의 정석 ▲재정 보고의 정석 ▲교회와 세금 등 민감한 주제를 다뤘고, 실태조사 보고서도 공개했다.

교회의 폐부를 세상 밖으로 꺼내 보인 만큼 맞부딪힌 난항도 컸다. 특히 이들이 2006년 8월 공개한 ‘한국교회 재정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대해서는 교회 안팎이 술렁였다. 분석을 위해 전국 교회에 결산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5개월간 답변을 보내온 것은 46개 교회뿐이었고, 이들 가운데서도 담당자가 회계지식이 없거나(70%), 장부가 아닌 메모로 자산을 관리하는(79%)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보고서는 “그 동안 한국교회 재정운용에 대한 우려가 안티기독교 세력이 퍼뜨린 유언비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님을 보여준다. 돈의 왜곡된 논리와 굴레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초기에는 이단이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교회와 목사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너희들의 목표냐고요. 하지만 끄집어내야 치료가 된다는 것이 저희 생각이었죠. 아파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이야기하는 종교가 살아있는 종교잖아요.”

어려움도 있었지만 모범사례와 모델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일이 이어지면서 긍정적 반응도 많았다. 최 위원장은 “사실 자금규모가 작은 교회들은 다른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재정 관리의 기준, 기법 등을 알지 못해 세상의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구체적인 적용 지침을 마련하고 재정관리를 투명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는 목회자의 납세를 독려하는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목회자 세금 납부 운동’도 이끌었다. 2005~2007년 목회자 소득에 대한 개념적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삼았다. “근로소득세 신고 어렵지 않다”는 취지의 유인물을 배포했고 2012~2013년에는 의지는 있으나 방법을 모르는 목사들을 대신해 종합소득세 신고 업무를 지원했다. 올 1월에는 이 같은 안내 및 지원 활동의 결정판인 단행본 ‘한 손에 잡히는 교회 재정’을 펴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2013년 제작해 배포한 소득세 신고 안내문.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제공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이 2013년 제작해 배포한 소득세 신고 안내문. 교회재정건강성운동 제공

올 9월 개신교의 대표 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가 100회 총회에서 목회자 자진납세를 결의하는 과정에서도 이들의 활약이 적지 않았다. 총회에 앞서 수 차례 열린 전국 순회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투명한 재정 운영과 근로소득세 납부의 필요성을 역설한 까닭이다. 그간 누적해온 각종 연구자료도 모두 기장 측에 참고 자료로 제공됐다. 기장의 납세 결의는 개신교단으로는 2012년 대한성공회에 이어 두 번째, 장로교단 중에는 처음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10년 새 모범사례도 적잖이 발견한 것은 보람을 느끼는 대목이다. 경기 부천시 예인교회는 행정과 목회를 철저히 분리해 담임목사가 재정에 관여하지 않고, 운영위원회의 사업계획서에 따라 예산을 집행하고 감사결과를 교인 총회에 보고한다. 경기 용인시 향상교회의 경우 정기적인 결산 보고와 감사를 거치고 예산 총액의 30%를 선교 및 구제비로 이웃에게 환원한다.

최 위원장은 “활동 초기에는 ‘복식부기로 결산하는 교회가 있냐, 결산서 공개하는 곳이 있냐, 외부감사 받는 곳이 있냐’는 질문을 받으면 마땅히 꼽을 곳이 없었지만 차츰 이를 도입하거나 적어도 고민하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며 “가장 이상적인 것은 복식부기, 예ㆍ결산서 공개, 외부감사 및 감사결과의 홈페이지 공개가 모두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이를 위해 교회 재정 공개 운동, 재정관리 인증 시스템 개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이런 시스템은 절차적 도구에 불과하죠. 본질적인 것은 교회 재정이 특정 개인의 사익과 판단에 의해 좌우돼선 안 된다는 것이고, 투명성은 이를 위해 담보돼야 할 대상이니까요. 교인들부터가 주체의식을 회복하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질 때 교회가 선한 본성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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