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항로변경죄 유죄 인정 "항로는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
국토부 조사 방해 혐의는 인정 안 해, 대한항공 상무엔 징역 8월 선고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아온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오성우)는 12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인정하고 “이 사건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무너뜨린 사건”이라며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여모(58)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상무에게는 징역 8월이, 여 상무에게 조사 내용 등을 누설한 김모(55) 국토교통부 조사관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박창진 사무장과 김모 승무원으로부터 용서받거나 합의하지 못했고, 이들이 받고 있는 고통이 매우 큰 점 등을 고려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램프 리턴으로 사고가 나지 않은 점, 피고인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조 전 부사장이 초범이고 여론 악화로 고통을 받았으며 20개월 된 쌍둥이 아기의 어머니인 점, 대한항공에서도 관련자들의 정상 근무를 위하여 노력하겠다고 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항공보안법상 항공기 항로변경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국내에서 항로변경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항공보안법 제42조 항로 변경은 공로(空路)뿐만 아니라 이륙 전 지상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합당하다”며 “항공기가 출발을 위해 푸시백(push backㆍ항공기 견인차를 이용한 후진)을 중지하고 박 사무장을 내리게 한 뒤 다시 출발한 것은 진행방향에서 벗어난 항로변경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운항 중인지 몰랐다”는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은 안내방송이 나오고 좌석벨트등이 켜진 점, 승무원들로부터 이미 출발했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도 항공기를 세우라고 한 점, 일등석의 다른 승객도 항공기가 운항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항공기 안전운항 저해 폭행과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선 “24분 가량 출발이 지연됐고 다른 항공기 운항을 방해했으며 충돌 가능성이 있었다”며 “조 전 부사장은 승객이었을 뿐 객실승무원의 지휘감독권을 초월해 부사장으로서 승무원 업무배제 및 스케줄 조정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국토부 조사를 방해했다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김 조사관이 여 상무에게 조사결과를 단순히 누설한 것 외에 유리한 조사결과가 나오도록 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변호인은 “판결문을 검토하고 조 전 부사장과 협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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