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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 추스르기… 후배 지검장에 깍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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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직 추스르기… 후배 지검장에 깍듯이

입력
2017.05.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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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첫날

두 기수 선배 노승권 1차장 등

수뇌부 모두 나와 영접 이례적

“위계질서 잡힌 조직” 보여주기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첫 출근을 하자 노승권 1차장검사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회 2차장검사와 이동열 3차장검사도 윤 지검장을 맞이했다. 홍인기 기자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첫 출근을 하자 노승권 1차장검사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정회 2차장검사와 이동열 3차장검사도 윤 지검장을 맞이했다. 홍인기 기자

선배 검사들이 ‘신참 수장’으로 돌아온 후배 칼잡이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윤석열(57ㆍ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의 새 사령탑으로 첫 발을 디뎠을 때다. 서열과 연수원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내에선 극히 보기 드문 일로 향후 검찰 조직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풍경으로 하루 종일 회자됐다. 윤 검사장은 출근 첫날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 지검장이 22일 오전 8시 49분쯤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 다다른 차량에서 내리자 연수원 두 기수 선배로 같은 검사장인 노승권(52ㆍ21기) 1차장검사가 먼저 머리를 숙였다. 윤 지검장은 손을 내밀어 선배와 악수를 나눴다. 노 차장검사 옆에 나란히 서 있다가 자신에게 예를 표시한 동기생 이정회(51ㆍ23기) 2차장검사, 한 기수 선배 이동열(51ㆍ22기) 3차장검사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수뇌부인 1ㆍ2ㆍ3차장검사가 모두 한 자리에서 서서 새로운 지휘관을 맞이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광경이다. 그 동안 고검장급인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사장급인 1차장검사가 선(先) 인사로 먼저 보임하고, 후속 인사로 2ㆍ3차장검사가 뒤이어 직을 맡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차장검사 3명이 이처럼 후배 또는 동기 검사를 청사 입구에서 수장으로 깍듯이 영접한 것은 파격인사로 흔들리는 검찰 조직의 ‘안정’을 최우선시한 고려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다. 특히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전임 이영렬(59ㆍ18기) 전 지검장이 강등ㆍ좌천돼 서울중앙지검 전체가 뒤숭숭한 가운데 고위 간부로서 새로운 서열에 걸맞은 처신으로 위계질서가 잡힌 조직의 모습을 외부에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과거 참여정부 당시 기수 파괴 인사에 대한 검찰의 조직적 반발이 있었고, 19일 파격인사 전후로 법무차관과 대검 차장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는 예의주시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검찰 내부통신망에 임명절차에 대한 이의제기가 올라오고, 40여명에 달하는 윤 지검장 윗기수의 줄사표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지검 1ㆍ2ㆍ3차장의 이례적인 윤 지검장 영접은 청와대를 비롯해 검찰 내외부의 ‘항명’ 추측을 진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돈봉투 만찬에 동석한 국정농단 사건 수사간부 등 6명도 감찰 대상인 탓에 축 처진 수사팀 사정도 고려한 행동이라고 전해진다. 윤 지검장이 당분간 국정농단 사건 보강수사와 빈 틈 없는 공소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수선한 수사팀 분위기 수습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파격 가능성이 있는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검찰 내부 분위기는 계속 어수선할 수밖에 없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윤 지검장도 이날 취재진에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제가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짧게 말하고선 취임식도 마다했다. 윤 검사장은 직원들과의 상견례에선 “검찰의 사건 처리가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정의로운가’에 대한 척도가 된다”며 “검찰에 대한 비판은 국민들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비판 여론이 높다고 위축되기만 하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며 “이런 시기에 서로 믿고 힘을 합쳐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자부심을 느끼는 검찰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전 검사장으로서 정당한 소신과 열정을 지원하는 버팀목이 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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