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를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수정안이 21일 입법예고 됐다. 지난달 말 공개된 시행령 개정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과세소득인 종교활동비 내용을 매년 세무서에 제출토록 해 납세 협력 의무를 강화한 정도이다. 종교인 과세는 지난 50년간 조세당국과 종교계가 줄다리기 해 온 과제다. 시행 자체만으로 큰 변화임에 틀림 없으나 관련법 개정 후 2년 유예 동안 여러 논의를 거쳐 마련된 시행령 개정안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의 바뀌지 않은 데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국무회의를 거쳐 연내 공포될 종교인 과세 시행령은 종교인이 소속 단체로부터 받은 종교인 소득에만 세금을 물리도록 했다. 불교의 수행지원비나, 기독교의 목회활동비ㆍ성무활동비 등 종교 활동 목적으로 받는 돈은 비과세 대상이다. 종교인 소득은 소득세법상 기타소득이므로 종교 활동비를 필요 경비로 생각한다면 비과세 자체가 무리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디까지 종교 활동인지를 종교단체가 알아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소득을 면세점 이하로 장부에 적고 실제 소득이지만 종교 활동이라고 둘러대면 세금을 거의 안 낼 수도 있다. 이런 종교 활동 관련 지출을 기록ㆍ관리한 장부는 세무조사에서도 제외된다.
수개월 전 일부 종교인들이 요구하고 이에 정치인들까지 맞장구 치면서 종교인 과세 유예 움직임이 일었을 때 반대 여론이 80%에 가까웠다. 더 늦지 않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일의 종교인 비과세국이라는 비정상을 바로잡고 조세 형평성을 실현해야 한다. 천주교는 1994년부터 원천징수 형태로 근로소득세를 거두고 있다. 개신교인 대한성공회와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수년 전 납세 결의를 했고, 불교와 원불교도 진작 종교인 과세에 찬성이었다. 기획재정부가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런 전체 여론을 공평하게 반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종교인 과세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은 일부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보수 개신교단이다. “종교계에 과세 문다 하니까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는 목사가 있는가 하면, 교회 연합성명으로 “정교 갈등” “조세 저항” 운운하며 “순교적 각오로 종교의 자유와 교회 수호”에 나서겠다는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태복음에 유대교 바리새파 사람들이 예수를 곤경에 빠뜨리려고 찾아와 로마 황제에게 세금 내는 게 옳으냐 그르냐고 묻는 일화가 나온다. 예수는 돈에 새겨진 로마 황제 초상을 보라며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고 말한다. 납세 회피는 예수의 가르침과도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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