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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입학 부유층만의 리그… 소득 격차가 교육 양극화로

입력
2014.10.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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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반고 출신 서울대 입학생… 강남 3구서 48%… 6년 새 10%P↑

사교육비 지출이 성적 좌우… 강남 한 달 과외비 수백만원 예사

특목고,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경제력에 따른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제중·자사고·특목고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특목고, 자사고 진학을 위한 사교육이 성행하면서 경제력에 따른 학생들의 교육 격차가 커지고 있다. 1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국제중·자사고·특목고의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강남의 A중학교 3학년인 도모(15)군에게 들어가는 한 달 사교육비는 200만~350만원이다. 1년이면 4,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도군은 1주일에 한 번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친구 2명과 함께 그룹과외를 받는다. 과학고 입시 준비를 위해서다. 한 달 과외비 400만원은 3명이 분담해 133만원씩 낸다. 내신 성적을 위해 국어ㆍ영어ㆍ수학 각 과목당 35만~50만원 하는 족집게 과외를 받고, 물리ㆍ화학 올림피아드나 대학 주최 경시대회가 열릴 때면 100만원짜리 단기 과외도 받는다. 그의 어머니는 “5세 전후로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보내고, 초등 3학년부터 선행학습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는 게 특목고ㆍ명문대 입시를 준비하는 일반적인 코스”라며 “솔직히 요즘엔 돈 없으면 개천에서 용 나기 힘들다”고 말했다.

● 지역격차 뚜렷…무너진 ‘교육기회 균등’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한국 사회에서 부모의 경제력 격차는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자녀가 자라 성인이 됐을 때는 소득 격차가 고스란히 대물림 된다. 가난한 집안에서도 공부만 잘하면 상위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교육이 오히려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계층 이동 사다리’가 붕괴되면서 많은 학생들은 “어차피 공부해도 안된다”는 패배감 속에 살고 있다. 류동민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학교 서열화가 굳어진 한국 사회에서 경제력ㆍ학력 등 부모의 문화자본이 자녀의 대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교육격차는 지역별 서울대 입학생 숫자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입시전문업체 하늘교육이 분석한 ‘서울지역 일반고의 서울대 입학 현황’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서울지역 일반고 졸업생 523명 중 절반가량(47.9%ㆍ251명)이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출신이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133명(25.4%)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61명(11.7%), 송파구 57명(10.9%)의 순이었다. 서울 일반고 출신 서울대 입학생 중 이들 지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37.3%, 2010년 40.8%, 2014년 47.9%로 증가 추세다. 강남, 서초, 송파로 이어지는 합격자 배출 순위는 분석을 시작한 2008학년도 이후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반면 금천구의 일반고에서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은 매년 2~5명에 그쳤다. 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교육기회의 균등이란 가치는 한국 사회에서 무너진 지 오래”라며 “부유층 학생들의 명문대 편중 현상이 확고해지는 이유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액 사교육을 받고 자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부모 경제력이 자녀 성적으로 직결

서울 송파구 B고 3학년 김은지(19ㆍ가명)양의 내신 성적은 전교 10등 안팎이다. 고교 진학 직후부터 2학년까지 매달 45만원을 내고 수학 학원에 다녔고, 20만~25만원이 드는 국어, 과학 수업도 별도로 들었다. 김양의 어머니(46)는 “지난해 수학Ⅱ 성적 상담을 위해 대치동 학원을 방문했다가 90분씩 주 2회 진행하는 월 170만원 짜리 과외를 추천해줘서 깜짝 놀랐다. 매달 100만원가량 사교육비로 지출했지만 주변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모의 소득은 자녀의 성적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올해 8월 발표한 ‘교육격차 원인 및 변화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월소득 200만원 이하인 가정 학생의 국어ㆍ영어ㆍ수학 성적은 192.63점이었으나 월소득 501만원 이상인 가정에서는 218.32점으로 나타나 격차가 컸다. 소득이 높은 학부모일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2013년 연간 가계동향’을 보면 지난해 소득 상위 20% 가구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50만4,300원이었다. 소득 하위 20% 가구가 쓰는 7만6,600원의 6.58배다. 소득 수준별 교육비 지출액을 살펴보면 하위 20~40%는 20만1,800원, 소득 중위(40~60%)는 25만8,700원, 소득 상위 20~40%는 37만5,700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교육에 더 많은 돈을 들였다.

서울 대치동 학원에 출강하는 윤모(31) 강사는 “학원생들을 보면 보통 한 달에 최소 150만원은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것 같다”며 “영어 말하기, 줄넘기, 발표 과제 대비 과외도 받기 때문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성장 잠재력 갉아먹는 교육불평등

부모의 경제력 격차가 자녀의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은 고교 서열화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 강남지역의 일반고는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사교육을 받아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 특목고ㆍ자율형사립고 등에 몰리면서 이들 학교와 일반고 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고교 교사는 “구로구 소재 일반고의 전교 1등이 서울 중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립 특목고와 자사고의 학비는 일반고에 비해 평균 2~3배, 최대 8배까지 높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박혜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아 한국일보에 공개한 ‘서울대 진학 전국 일반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전국 1,525개 일반고 중 648곳(42.3%)만 서울대에 학생을 입학시켰다. 서울대 입학생 배출 일반고는 2010년 811곳이었지만 4년 만에 163곳 줄었다. 반면 전국 자사고 49곳 중 48곳, 외고 31곳 중 30곳이 올해 서울대에 학생들을 보냈다.

서울대 경제학과 김세직 교수 연구팀이 올해 7월 발표한 ‘경제성장과 교육의 공정경쟁’ 논문에 따르면 올해 학생 100명당 서울대 합격자 비율은 과학고 41%, 외고 10%, 일반고 0.6%였다.

김세직 교수는 “한국의 고속 성장은 우수한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이 이끌어 왔는데, 최근에는 개인의 명석함, 창의력과 관계없이 부모의 경제력이 대학 진학 등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국가 전체의 경제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혜자 의원은 “부모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일반고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이는 국가 전체의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이상경 인턴기자(경희대 사학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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