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4대강에 확산됐던 녹조의 독성이 국제기준치의 수백배를 넘길 정도로 강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 국립신슈대 물질순환학과 박호동 교수 연구팀은 28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4대강 사후 피해 모니터링과 지역주민 삶의 변화’ 토론회를 통해 “낙동강에서 조사 지점에 따라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최대 400ppb(ppb는 미량의 물질 농도 단위로 10억분의 1 농도)에 달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은 200ppb, 금강 300ppb, 한강 50~400ppb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올해 8월 27~29일 한강 3곳(홍제ㆍ안양ㆍ가양)과 낙동강 3곳(대동ㆍ함안ㆍ달성), 금강, 영산강에서 녹조가 발생한 수역을 중심으로 하천수를 채취해 분석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활성탄에 의해 잘 걸러져 우리나라 정수 설비ㆍ기술로 독성 물질의 99%가 제거된다. 하지만 마이크로시스틴 농도가 400ppb에 이르면 이론적으로 잔량이 4ppb가 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기준치(1ppb)를 4배나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는 “100ppb 정도의 농도면 강아지가 먹으면 죽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996년 브라질의 한 병원 혈액투석센터에서는 녹조류가 번진 저수지의 물을 사용해 60여명의 환자가 한꺼번에 숨진 적도 있다.
환경부는 2013년부터 마이크로시스틴을 먹는 물의 수질 감시 항목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환경부는 녹조를 제거하고 남은 용수를 가지고 검사하기 때문에 걸러낸 녹조의 독소는 측정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박교수 연구팀은 녹조를 걸러내지 않고 전체 건조시켜 독성을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한희섭 낙동강내수면어민총연합회 사무국장은 “낙동강은 예전부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는데 하구에 둑을 짓고 나서부터 낙동강에 재앙이 닥쳤다”며 “강이 살아나야 인간이 살게 되니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낙동강을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윤주영기자 ro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