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초 설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최측근인 이상득, 최시중, 천신일, 류우익 등 5명이 골프장에서 자축모임을 가졌다. 최시중이 말을 꺼냈다. “역대 정권이 끝날 때는 측근들이 전부 감옥에 갔는데 우리도 그렇게 될 지 모른다.”그러자 천신일은 “이전 정권 측근들은 치부하려다 그리 됐지만 우린 다 재력이 있는데 치부할 일이 뭐 있습니까. 그런 일 없을 겁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2년 후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두 해 뒤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나란히 기업에게서 거액을 받아 구속됐다.
검찰의 전방위 사정이 시작되자 새누리당의 친이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최근 MB를 만난 측근은 “MB는 부정비리 척결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정권유지를 위한 쇼”라고 폄하했고, 정병국 의원은 “정말 새머리 같은 기획”이라고 비난했다. MB가 회고록에서 일부러 뺀 ‘정치적인 부분’을 꺼내 들 수 있다는 말을 흘리기도 한다. ‘이명박근혜’의 연계성을 역공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비쳤다.
MB는 2011년 비서관회의에서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만큼 조그마한 흑점도 남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측근비리 의혹이 터지고 있는 시점에 나온 이 발언은 웃음거리가 됐고“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는 등의 패러디물이 쏟아졌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부도덕한 정권으로 낙인 찍혀있다. 실세 중 비리에 연루돼 감옥 가지 않은 사람이 드물고 MB 스스로도 임기 내내 BBK와 도곡동 땅, 내곡동 사저 등 의혹에 휩싸였다. 민간인 불법사찰과 국정원 대선개입 등 정권적 비리는 또 어떤가.
역대 정부는 집권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인 3년 차에 정국 주도권을 잡거나 위기국면 돌파를 위해 예외 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둘렀다. 박근혜 정부의 ‘부패 전면전’도 다르지 않다. 불리한 국면을 반전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농후하다. 정략적 의도에 대한 경계는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MB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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