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이끄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어제 북한으로 돌아갔다. 2박3일 동안 김영철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서훈 국정원장, 조명균 통일부장관 등과의 만남에서 “북미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기대했던 전향적 후속조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비핵화와 북미관계 개선에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 대표단의 귀환으로 평창올림픽을 고리로 한 2개월여 의 남북 접촉은 일단락됐다. 이 기간 중 북한ㆍ중국과 미국 간 3각 대립구도는 남ㆍ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선순환 구도로 바뀌었다. 압박 일변도였던 미국이 대화 병행 의지를 밝히고, 북한이 남북ㆍ북미 관계 개선 병행 필요성에 공감한 것은 큰 소득이다. ‘평창 이후’에도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동력을 유지할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 필요성은 인정한 만큼 남은 과제는 대화의 문으로 이끌기 위한 여건 조성이다. 아직은 북미 모두 구체적 사전 조치에는 입을 닫고 있어 협상 문턱을 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주지사들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북한에 공을 넘긴 것이다. 미국 조야에는 대북 압박과 함께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강경 목소리도 여전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형성된 해빙 분위기를 살려 4월 예상되는 한미 군사훈련 재개 이전에 북미의 신뢰 가능한 조치를 끌어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 등의 선제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접촉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할 계획이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곧 미국을 방문한다. 북한의 의미 있는 선제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한미 간 접점을 모색하기 위함일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한미군사훈련의 규모 축소를 논의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북미가 대화 문턱에서 치열한 샅바싸움을 할수록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우리의 중재노력이다. 평창의 평화를 올림픽 이후까지 확산시킬 수 있느냐는 북미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우리의 노력과 직결돼 있다. 김영남 방남을 두고 나타난 심각한 국론 분열은 이런 점에서 매우 걱정스럽다. 국민의 굳건한 지지 없는 일방적 대북접근은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도 정부는 염두에 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