劉, “진박에 업힌 후보와 단일화 멀어져”
洪 “유승민, 2012년 통진당 이정희 같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와 자유한국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가 30일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31일 한국당 대선후보 선출 이후 본격화할 보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홍 지사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 후보를 향해 “자꾸 그러면 2012년 대선 때 이정희 의원 역할밖에 안 된다”고 직격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출마했다"며 박 후보를 공격하다가 "박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며 사퇴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유 후보에 빗댄 것이다. 앞서 홍 지사는 전날 “살인범은 용서해도,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 게 TK민심”이라고 유 후보를 공격했다.
홍 지사는 이어 "(바른정당과) 연대는 해야 한다. 그런데 주적이 다르지 않느냐 이거다”면서 “싸울 상대는 내가 아니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인데 나를 흠집 내서 유 후보한테 도움이 될 게 없다”고 했다. 홍 지사는 또 "국민의당과의 연대라면 진정한 영·호남 연대다. 바른정당은 주축 세력이 대부분 수도권 아닌가"라면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가 한국당에 비판적인 데 대해선 "지금은 대응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가 큰 집인데, 작은 집 상대로 싸우는 모습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유 후보도 홍 지사의 견제에 즉각 대응했다. 유 후보는 4·12 재보선에 출마한 바른정당 경기 포천시장 후보 지원유세 직후 기자들과 만나 홍 지사를 향해 “국정농단에 책임이 있는 진박(眞朴) 등에 업혀 대선에 출마하려는 그런 후보와의 단일화는 갈수록 가능성이 멀어지는 게 아닌가”라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혁신에 실패하고 물러나면서 한국당이 도로친박당이 되고 있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유 후보는 홍 지사가 자신을 지난 대선 당시 이정희 통진당 후보와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그때 제일 극좌에 나와서 선거를 혼탁하게 만든 사람”이라며 “오히려 홍 지사와 가깝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대구ㆍ경북(TK)는 살인범은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홍 지사의 발언에 대해서도 “영화에서 보는 조폭들이나 하는 이야기”라며 “검사 출신으로 정의감 있는 후보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 후보는 전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한 데 이어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30분 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이 전 대통령은 유 후보에게 “경제 전문가로만 알았는데 안보에 대해 확고하고 투철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을 다시 봤다”며 “능력 있는 보수를 만들어달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배석자들이 전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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