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적 가치로서의 문화예술
문화예술은 고부가가치 투자
예술에서 경영의 발상전환을
지난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문화예술진흥기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한때 2조원에 달하던 문화예술진흥기금이 소진된 상태에서 이를 확충하자는 전문가들의 제안과 관련 조직들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에는 정부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그러나 문화예술을 수동적인 보호와 지원의 대상이라고 보는 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문화예술은 능동적인 부가가치 창출의 주체다. 국가와 사회는 문화예술을 사회발전과 기업 이익추구에 대한 필요조건으로 보고 경제와 기업이 문화예술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을 키우는데 초점을 둬야 한다.
기업은 가치를 창출하는 패러다임을 여러 차례 변화시켜 왔다. 40년 전까지만 해도 최소한의 인풋으로 최대한의 아웃풋을 내는 효율성 관리를 통해 가치를 창출했다. 1973년 오일쇼크를 계기로 효율성을 추구하는 관리보다 미래를 향한 방향 선택을 중심과제로 하는 전략이 기업의 가치창출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시대로 바뀌었다. 1990년대 또 한 차례 변화가 일어났다. 기업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발전하다 보니 전략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틀을 버리고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혁신이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되는 세상이 시작됐다.
2000년대에 들어 또 한 차례 변화가 일어났으니, 바로 창조경영이다.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는 혁신은 주어진 기존의 틀이 있을 때에만 작동하는 한계가 있다. 기업은 관리경영, 전략경영, 혁신경영을 겪어왔지만 기업 경영자들은 이런 경영 변화를 따라가는데 별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영 방식은 좌뇌중심의 논리적이고, 체계적이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상식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창조는 우뇌중심의 방식이기 때문에 좌뇌중심의 경영활동을 이어온 경영자들은 큰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최근 기업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기업 경영자는 예술로부터 창조를 배워야 한다. 예술가들을 선생으로 모시고 스승으로 따라야 한다. 경영학 교육 역시 발상의 전환을 문화예술로부터 찾아야 한다.
필자는 예술경영과 경영예술을 다르게 본다. 예술경영은 예술을 경영자가 도와주는 것이다. 예술활동에 경영을 접목해 음악회나 미술전과 같은 활동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이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경영예술은 경영을 예술이 도와주는 것이다. 즉, 경영자가 새로운 환경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예술가가 경영자의 창조적 역량 개발을 도와주는 것이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에서 예술의 틀을 경영에 접목하는 경영예술 과목을 개설했다. 15주에 걸쳐 진행되는 이 과목을 5주씩 세 파트로 나눴다. 학생들은 첫 파트에서 예술 및 디자인 이론에 대해 습득한 다음, 실제 기업을 하나 선택해서 이 기업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지역은 어디에서 개발할 것인지, 새로운 제품은 언제 발표할 것인지 등 일반 경영학 과목에서 다루는 주제를 가지고 팀을 구성한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학생들이 연극을 한다. 국문학 교수를 모셔서 희곡 쓰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써보도록 하며, 작곡가 교수를 모셔서 연극에 필요한 작곡을 하도록 한다. 연출가를 모셔서 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친다.
세 번째 마지막 파트에서는 다시 전통적인 경영학 프로젝트로 돌아와서 결과발표를 하도록 한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장개발을 하는 경우 제품, 가격, 유통, 광고를 포함한 4P를 사용해 제품을 개발한다. 그러나 이 과목에서는 문화·예술에서 가장 중시되는 조화로운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관련 이론을 접목해 신소재 및 신제품을 개발한다.
문화 예술은 효율성 대신 조화 중심의 작업 과정을 통해 사회 구성원들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결과를 제공해준다. 기업과 국가사회는 문화 예술을 통해 훨씬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ㆍ메커니즘경영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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