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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4차 산업혁명, 초기대응 중요

입력
2017.03.1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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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에 관한 자료가 홍수를 이룬다. 이런저런 자료를 읽다 보면 깊은 바다 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운전자 없이 운행되는 자율주행차는 기본이고, 근로자 없는 스마트공장도 등장한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 고객에게 투자 상담을 해주고, 전자칩이 장착된 냉장고는 동네 슈퍼마켓 컴퓨터에게 접속해 부족한 과일이나 달걀을 주문한다.

이런 모습의 4차 산업혁명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 지도는 다시 그려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다소 뒤처져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은행 등의 관련 자료에서 그런 생각을 확신하게 된다. 기반 기술에 해당하는 사물인터넷이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의 70~80% 수준이다. 우리의 교육 수준, 법률시스템,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산업 구조의 변화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이번 4차 산업혁명의 또 다른 특징은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기업·국가간 경쟁에서 장기간 뒤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영국이 1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자, 미국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제품들을 차례로 개발하면서 따라 잡았다. 전기, 전화기 그리고 자동차 등이 미국의 추격 무기였다. 후발산업 국가들도 정교한 모방과 양질의 노동력을 이용해 세계시장을 분점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을 시간적·공간적 여유가 없다. 변화의 속도와 범위 그리고 영향력 등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다행히 이번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미완성이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등장했다기보다는 기존의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나 기술이 융합하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탄생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소비자 대중이 구매하기에는 안전성·경제성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나 기업은 좀 더 장기적 시계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활용해 성숙화 단계에 진입한 현재의 선도산업의 수명을 연장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새로 등장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고용 창출로 이어지도록 관련 제도의 개선이나 규제 혁신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자동화로 인한 기계의 노동력 대체가 우려된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65% 가량이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에 종사할 것이라 한다. 과거 기업에 사무용기기로 컴퓨터를 도입했을 때에도 고용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컴퓨터 관리유지 분야의 새로운 인력 수요증가로 고용 감소를 상당히 상쇄했다. 문제는 지금 산업 체계와는 다른 여건에서 현재의 직업 중 상당 부분이 사라지고 새로운 고용수요가 발생하게 되는 환경에서 고용을 유지해 나갈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대, 평생 직업을 위한 평생교육 시스템을 다듬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혁명의 동력은 인간의 창의력과 사고능력에 좌우된다. 산업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독자적 영역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인력 양성에 달렸다. 현행 입시 제도나 교육 방식이 혁명적 변화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객관식 문제 한두 개 틀려서 학업 진로를 바꿔야 하고, 기존 지식 습득에 많은 시간을 들이니 학습능력 배양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창의력 풍부한 인재가 역량을 발휘할 토양은 충분한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 사회나 기업 등 각종 조직은 아직 수직형이다. 개인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담아내기 어렵다. 미래 경제 사회는 리더의 역량에만 의존하기보다 조직을 수평적으로 진화시켜 다양한 구성원의 역량을 유연하게 엮어내야 한다. 보상 체계도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 보상체계가 부가가치 창출 기여도와 거리가 멀 때 창의적 열의는 식을 수밖에 없다.

정순원 전 금융통화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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