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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곰탕을 ‘베어탕’으로 번역하는 관광현실

입력
2016.09.0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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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명절을 비롯한 관광 성수기는 관광산업에 희비가 교차하는 시기다.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수요는 넘치지만, 관광객들이 쏟아내는 불평이 쌓이고 서비스 대응수준에 대한 여론과 관계기관의 질타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이 시기를 이용해야만 하고, 관광기업은 그 수요를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급감한 수요 회복을 위해 시장질서를 개선하는 등의 대응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관광업계가 분주하다. 올 예상 외국인 관광객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의 1,323만명을 웃돌 것으로 기대되지만, 방한 관광시장의 양적ㆍ질적 성장을 모두 달성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민관이 끊임없이 힘써 왔으며, 이를 위한 정책개발 노력은 여기에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이다.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개별 관광객들의 관심은 쇼핑, 식도락, 자연경관 감상을 넘어 한식, 케이팝, 패션 뷰티, 영화, 드라마 및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과 같은 한류 콘텐츠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단체 관광을 벗어나 개별여행이 일반화됨에 따라 종전의 유명 관광지 방문에서 벗어나 관심이 어디로 향할지 파악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관광정책이나 관광산업 관계자만의 노력으로는 해법을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었던 한식 외국어 메뉴 오역 표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곰탕을 ‘베어탕’, 동태탕을 ‘다이내믹 스튜’, 육회는 ‘식스타임즈’로 오역한 메뉴가 적지 않다. 이런 엉터리 영어메뉴를 통해 아직 음식점의 외국인 접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확산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국립국어원, 한식재단,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200개의 주요 한식 메뉴에 대해 통일된 외국어 표기 및 번역 표준안을 마련하였고, 한국관광공사는 웹사이트와 홍보물을 통해 약 2,000개 이상의 외국어표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메뉴 번역안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음식점이 거의 없으며,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는 외국어 메뉴판을 이용하는 음식점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음식점들 대부분은 여전히 주변 단골손님 위주로 영업하고 있어, 올바른 외국어 표기를 통해 외국인 이용객을 한 명이라도 더 늘리려는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뉴는 단순히 주문을 받는 도구가 아니라 메뉴의 맛과 식재료, 조리법 등의 주요한 정보전달 수단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닿는 곳이 관광지이고, 눈길이 가는 것이 관광상품인 시대에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중요한 것은 사회 전체가 관광의 핵심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공유하고, 문제를 지적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을 위한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여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관광분야의 문제 제기만이 아니라 관광이란 사회현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바람직한 자기 역할을 하도록 계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도 역시 중요하다.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이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관광객 수용태세를 갖추는 것이 정부 정책보다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에 있어 우리 모두의 역할을 깊게 인식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매력적인 관광자원인 동시에 문제 발생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관광 친화적 태도를 갖춰야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자 30분씩이나 기다리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다시 유럽을 찾고, 컵라면에 붙어 있는 나무젓가락을 유료화해도 일본을 찾는 방문객이 증가하는 건 바로 이러한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 아닐까.

오미숙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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