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8일 에볼라바이러스병의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WHO는 6, 7일 전문가가 모인 긴급대책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이같이 결정했다면서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해 ‘특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WHO는 “바이러스의 위험성, 지역사회 및 의료시설 내 확산 양상, 에볼라 발생 지역의 부실한 보건 체계 탓에 국제적 확산 우려가 특별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다른 지역으로 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제 공조 대응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가렛 찬 WHO 사무총장은 “에볼라는 지난 40년간 최악의 전염병”이라며 “PHEIC 선포는 발병 국가에 대한 지원과 국제적 단결을 명확히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2009년 신종플루와 올해 5월 소아마비 대유행과 관련해서도 PHEIC를 선포했었다.
에볼라는 감기에 비해 전염성이 약하지만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국이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배경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프리카 동부 우간다 보건당국은 이날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의심환자 1명을 격리해 검사했다.
우간다와 인접한 남수단에서 일해오다 우간다 엔테베 국제공항에서 고열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검사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그러나 동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의심환자가 발생한 상황은 세계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기 충분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 톰 프라이든 소장도 “범위가 광범위하지는 않으나 국제사회의 복잡한 항공망을 고려하면 에볼라가 미국에서 발병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라이베리아 주재 미국 대사관 가족에게 본국 귀환을 지시했다.
에볼라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 공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서아프리카 환자를 돕기 위한 실험단계 에볼라 치료제 사용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실무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캐나다 제약회사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해 이 약에 대한 임상시험 승인상태를 조정했다. 중국도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면역체) 유전자 분석을 완료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보도했다.
WHO에 따르면 올해 1월 발병이 확인돼 이달 4일 현재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에서 932명이 숨졌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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