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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보통’ 속 산책, ‘나쁨’ 속 휴식보다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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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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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은 미세먼지 농도보다 호흡량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경우에도 운동량에 따라 ‘매우 나쁨’ 수준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호흡기를 통해 들이마시는 미세먼지의 양은 미세먼지 농도보다 호흡량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일 경우에도 운동량에 따라 ‘매우 나쁨’ 수준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세먼지의 기세가 한 풀 꺾였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인 50㎍/㎥일 때 빠른 걸음으로 산책만 해도 ‘매우 나쁨’ 수준인 300㎍/㎥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세먼지 흡입량이 공기 중 농도보다는 운동강도에 따른 호흡량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본보 View&(뷰엔)팀이 국민대 체육학과 이대택 교수의 자문을 받아 미세먼지 흡입량을 산출한 결과 성인 남성이 50㎍/㎥ 농도하에서 시속 5.5km/h(속보)로 1시간 동안 걸으면 120㎍을, 시속 9.5km/h 속도로 달리면 240㎍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 시간 움직이지 않고 휴식을 취할 경우 경보 발령 수준인 300㎍/㎥ 농도하에서 흡입하는 108㎍보다 많은 양이다. 다만, 체격과 체력, 호흡량, 코와 입에서 걸러지는 정도 등 개인 차에 따라 실제 미세먼지 흡입량은 다를 수 있다.

이교수의 ‘운동강도와 호흡환기량을 이용한 공기 오염물질 섭취량 추정모델 개발(2010년)’ 실험에 따르면 운동강도가 세질수록 호흡량은 가파르게 상승한다. 성인 남성의 안정 시 호흡량은 분당 6ℓ 정도지만 시속9.5km/h 속도로 달리면 약 13배인 80ℓ로 증가한다. 더구나 유해물질의 95%를 걸러내는 코 호흡이 5.5km/h 속도에서 코와 입 호흡으로 바뀌고 속도가 빨라지면 입 호흡의 비중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운동강도가 세질수록 기관지 및 폐로 직행하는 미세먼지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입자의 직경이 미세먼지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초미세먼지의 경우 더욱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보통’ 수준에서 1시간 속보로 걸으면 120㎍ 흡입

미세먼지 주의보 속 쉴 때의 2배 수준

숨차면 입으로 호흡… 피해 커져

한국환경공단은 미세먼지 농도가 151㎍/㎥ 이상일 때 일반인의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산출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일반적으로 안심하는 수준인 50㎍/㎥ 에서도 마스크 없이 야외 활동이나 운동을 할 경우 위험 수준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산출된 결과만 봐도 우리 미세먼지 기준을 행정적 측면보다 건강에 초점을 맞춘 WHO 수준으로 낮춰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환경기준은 연간 50㎍/㎥, 하루 평균 100㎍/㎥인 데 비해 WHO는 각각 20㎍/㎥와 50㎍/㎥를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48㎍/㎥였다.

#같은 하늘 다른 미세먼지 흡입량

위의 산출방식을 기초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자출족’과 건설근로자, 지하철 기관사, 도로변 노점상, 운동회에 나간 초등학생의 산출값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날 같은 하늘 아래에서 들이마신 미세먼지의 양에서 큰 차이가 났다.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마시는 경우는 자출족으로 시간당 흡입량이 315㎍에 달했다. 도로 위를 평균 25km/h 속도로 이동하는 것을 가정할 때 분당 호흡환기량이 70ℓ로 큰 편인 데다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가 지역 평균보다 1.5배 높기 때문이다.

건설 근로자는 212㎍의 미세먼지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9.5km/h 속도로 공원길을 달릴 때(240㎍)보다 약간 낮았다. 작업과 대기를 반복하는 업무의 특성상 분당 호흡환기량을 25ℓ로 낮게 추정했으나 건설 현장에서 고정적으로 유지되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았다.

지하철 기관사의 경우 연속되는 지하터널과 선로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해 운전실 내 미세먼지 농도는 높았으나 산출된 미세먼지 흡입량은 45㎍으로 낮은 편이었다. 신체 움직임이 적은 까닭에 호흡환기량을 최소 수준으로 적용한 결과다.

비좁은 공간에서 앉은 채로 일을 하는 가로판매대 노점상의 경우도 비슷했다. 지역 평균의 1.5배로 높은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를 반영했으나 호흡환기량이 적어 미세먼지 흡입량은 27㎍에 그쳤다.

같은 날 운동회에 참가한 어린이는 노점상보다 3배 이상 많은 87㎍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육활동에 따른 호흡환기량은 12세 남아가 6km/h 속도로 이동할 때 수준인 분당29ℓ를 적용했다.

작업 환경이나 연령 차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는 학계에 발표된 미세먼지 관련 연구 및 측정치를 근거로 추정한 후 산술 과정에 반영했다.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 50㎍/㎥, 활동 시간 1시간으로 전체 조건은 동일하다.

※시간당 미세먼지 흡입량 산출식

시간당 미세먼지 흡입량(㎍)=미세먼지농도(㎍/㎥)X호흡환기량(㎥/min)X60(분)

※참고 자료 및 논문

건설현장 내 미세먼지 농도

141㎍/㎥ = 50㎍/㎥(대기 중 농도) + 91㎍/㎥(현장 고정 발생 추정치)

(건설업 옥외작업장 근로자의 미세먼지 노출 실태 조사, 김승원, 2017)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

75㎍/㎥ = 50㎍/㎥ X 1.5(지역평균의 1.5배)

(대기 중 미세먼지농도와 건강자각증상에 관한 연구, 박민석, 2008)

지하철 운전실 내 미세먼지 농도

125.5㎍/㎥ (2016년 서울메트로, 공공운수노조 제공)

자출족의 호흡환기량

70 ℓ/min, 평균 속도 25km/h, 심박수 150 기준

(운동강도와 호흡환기량을 이용한 공기 오염물질 섭취량 추정모델 개발, 이대택, 2010)

12세 남아의 호흡환기량

29 ℓ/min, 시속 6km로 이동하는 속도

(체력급수에 따른 초등학교 남자 아동의 심폐기능의 차, 조흥국, 2009)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그래픽=강준구기자 wldms4619@hankookilbo.com

권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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