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관공서 구내식당은 북적… 관공서 인근식당은 썰렁
알림

관공서 구내식당은 북적… 관공서 인근식당은 썰렁

입력
2016.09.28 20:00
0 0

김영란법 시행 첫날 점심 풍경은 극과 극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간 2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동태찌개가 떨어졌어요.”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낮 12시40분 인천시청 구내식당. 한 조리원이 식권판매 직원에게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날 구내식당은 차수수밥에 동태찌개와 돈갈비매운조림 등으로 구성된 점심메뉴를 870인분 준비했지만, 손님이 끊기기 전 찌개가 먼저 바닥나고 말았다. 민원실 등 교대로 식사를 해야 하는 부서 직원들은 끝내 찌개 없이 밥을 먹거나 밖에 나가서 점심을 해결해야 했다. 박은서(49) 영양사는 “평소보다 오늘 구내식당 이용객이 100여명 늘었다”며 “김영란법 시행 영향인 거 같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28일 점심시간 전국 관공서 구내식당 이용객들의 행렬이 예상대로 크게 늘었다. 반면 관공서 주변 일반음식점들은 예전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정식집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식당들의 손님이 크게 줄었다.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 점심시간 풍경 역시 인천시청 구내식당과 비슷했다. 긴 줄을 늘어선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동료들과 나누는 이야기 주제 역시 ‘김영란법’이었다. 행정자치부 A사무관은 “김영란법이 실제 적용되는 사례를 보기 위해 다음달부터 외부 저녁식사 계획은 아직 잡지 않았다”며 “자연스럽게 식단조절이 돼 다이어트도 되니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 구내식당 관계자는 “예약제인 간부식당은 예약이 평소보다 2배 늘었다”며 “주문 메뉴는 3만원에서 2만원대로 낮아졌다”고 말했다.

‘더치페이 영수증 발급해드립니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식당은 가게 정문 앞에 이 같은 문구를 내걸었다. 주인 최모(44)씨는 “우리 가게는 와서 먹어도 안심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문구를 붙였다”고 했다.

김영란법 시행에 대비해 정부서울청사 인근 식당들은 영수증 개별 발급과 가격 낮추기 등 나름 전략을 짰지만 손님이 줄어드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30년간 운영 중인 S한정식집 주인은 “점심에는 대구탕과 매생이칼국수 등 1만원인 메뉴가 있어 걱정을 덜 했는데, 오늘 점심 손님은 평소의 20%도 안 되는 4팀이었다”며 “저녁이 더 걱정인데, 빨리 움츠러든 분위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우로 유명한 강원 횡성의 축협이 전국 5개 지점에서 직영하는 식당 한우프라자는 이날 등심 100g에 다진 스테이크 65g를 합쳐 1인분에 2만4,000원인 메뉴를 출시했다. 등심과 안심을 각각 150g씩 1인분에 3만 5,000원 메뉴로 판매해오던 콧대가 꺾인 것이다. 횡성축협 관계자는 “고급육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식당 주인들도 ‘란파라치’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서울청사 인근 또 다른 S한정식집 주인은 “우리 식당이 란파라치에게 걸린 집이라고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장사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취재도 하지 말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횡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인천=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