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미국 달러화 환전 필요 없어
중국 채권 시장에 위안화 표시 국채 첫 발행
쌀과 삼계탕, 김치도 중국에 수출할 길 열려
중국 상하이(上海)에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사고 팔 수 있는 직거래 시장이 열린다. 해외에서 원화가 직접 거래되는 첫 사례다. 쌀의 대 중국 수출의 길도 열려 1조원이 넘는 중국 쌀 수입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 31일 서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간 한ㆍ중 정상회담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경제분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중국 현지에서 원화 위안화 바로 바꾼다
양국은 우선 중국 상하이에 있는 외환거래센터(CFETS)에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원화의 국제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첫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그 동안 원화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원화의 해외 거래를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미국 달러화로 환전할 필요없이 원화와 위안화를 직접 바꿀 수 있다. 이를 통해 원화의 결제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환전수수료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이 원화를 기피하는 경향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국내 외국환거래규정을 개정해야 하고, 중국에서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등의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빨라도 내년 상반기는 돼야 직거래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7월, 양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원ㆍ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을 추진하기로 하고 지난해 12월 한국에 우선적으로 시장을 개설한 바 있다.
양국은 또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로 표시된 우리나라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를 발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이 자국 채권시장에서 다른 국가의 국채 발행을 허용한 최초의 사례이며, 한국이 위안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 역시 처음이다. 정부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전 세계 3위 규모의 중국 채권시장에 진출하는데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주식이나 채권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투자 한도도 현행 800억 위안(약 14조4,000억원)에서 1,200억 위안(약 21조6,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이는 중국에서 홍콩(2,700억 위안) 다음으로 많은 한도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국의 자본 시장 개방 등 향후 국제금융시장 변화에 선제적이고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쌀ㆍ삼계탕ㆍ김치 수출 길 열렸다
정부는 중국 검역당국과 한중간 수입ㆍ수출용 쌀 검역검사와 관련한 양해각서(MOU)에 서명, 숙원 사업이던 대(對) 중국 쌀 수출의 물꼬도 텄다. 중국으로 쌀 수출을 원하는 국내 쌀 가공공장과 보관창고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등록한 뒤 중국 당국의 확인을 받고, 수출 전 메틸브로마이드(MB) 등을 사용해 쌀을 훈증(燻蒸)소독해야 한다는 내용의 검역 요건에 합의했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중국에 쌀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중국으로의 쌀 수출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한국산 쌀이 중국 쌀 수입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쌀 수입량이 20만5,000톤에 이르는 등 쌀 교역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2010년 이후 막힌 김치 수출도 중국 내 ‘위생 기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가 마무리됨에 따라 이르면 올해 말부터 재개될 전망이다. 농식품부 등은 2006년부터 추진해오던 국산 삼계탕의 중국 수출에 관한 검역 협상도 진전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수출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