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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민생 법안 9건 조속 처리를" 아직 4건은 사회적 합의 필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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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민생 법안 9건 조속 처리를" 아직 4건은 사회적 합의 필요한데…

입력
2014.08.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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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 "경제 맥박 약해져 불씨 살려야… 국회만 가면 하세월 무기력 번져"

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기자회견실에서 경제·민생 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도중 같이 참석한 다른 장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기자회견실에서 경제·민생 법안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도중 같이 참석한 다른 장관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경제ㆍ민생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국회에 촉구했다.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여야가 대치하는 와중에 뒷전에 밀린 법안들이 남은 8월 회기 동안 통과되지 못하면 경제 회복이 어렵다는 경고성 조치다. 그러나 이들 법안 중 일부는 정쟁의 차원을 넘어 시민단체나 이해 관계자들이 여전히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 없이 ‘민생’만 앞세워 일괄 처리할 성격의 법안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장옥주 보건복지부 차관과 함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경제의 맥박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이번 회기에 민생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길을 잃고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어렵게 만들어 낸 민생안정과 경제활성화 정책들이 실시간으로 입법화돼도 모자랄 판인데 국회만 가면 하세월”이라며 “그러는 사이 시장에는 다시 ‘그러면 그렇지’라며 무기력감이 번질 조짐이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최 부총리는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 9가지를 꼽았다.

하지만 이중 절반 가까이는 논란이 현재 진행형인 ‘뜨거운 감자’다. 그 중 하나가 이날 최 부총리가 “통과가 지체될 경우 이미 편성된 2,300억원의 예산 집행이 불가능하고 40만명의 국민들이 언제 송파 세모녀와 같은 비극적인 처지에 놓이게 될 지 모른다”고 강조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수급 대상자 범위를 넓히는 대신 혜택을 쪼개자는 게 골자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선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최저생계비 대신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 모든 혜택을 주던 기존 일괄급여에서 개별급여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 법이 바뀌면 생계(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 주거(43%이하) 의료(40%이하)로 급여체계가 나뉘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개별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자는 취지라지만 당장 현재 수급자 중 급여액이 깎이는 사람이 생긴다는 점,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 대신 복지부 장관이 최저생계비를 정할 수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시민단체들이 반발해왔다.

교육 의료 법률 콘텐츠 등 서비스업 분야의 규제를 광범위하게 완화하겠다는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의료 관광비자 발급 제출서류 간소화 및 해외 환자 유치업체의 업무범위를 숙박 알선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담은 의료 분야 규제 완화는 ‘의료 민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일각에선 이법으로 의료민영화를 촉진한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특정 분야의 정책은 개별법의 개정이 필요한 것이며, 이 법은 우리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비스산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도 해묵은 논란거리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안에 유해시설 없는 관광숙박시설의 설치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교육권 침해라는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이날 최 부총리가 “지난 8년간 외국인 관광객은 두 배 이상 늘었지만 국내 숙박시설 객실 수는 1.4배 늘어나는데 그쳤다. 자칫 잘못하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다른 나라로 향할 수 있다”고 한데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현재 신규 사업계획이 승인된 호텔이 모두 지어지면 객실 수는 기존보다 54.7% 늘어난다. 무분별한 호텔 공급은 공급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원격의료 허용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의료계 안팎에서 여전히 반감의 대상이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스마트폰으로 증상을 설명하고 처방을 받을 수 있어, 의료취약지역 주민 19만명의 불편을 줄이고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보건의료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자본과 영업력을 앞세운 전문 건강관리서비스회사가 등장해 동네의원의 몰락을 부추기고, 그 결과 의료 안정성마저 무너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가재정법 ▦조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한 조속한 통과도 요구했다. 최근 발의되었거나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우선 순위에서 밀린 법안들이 대부분이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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