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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모색 폰세카, 국제범죄의 ‘숨통’ 역할”

입력
2016.04.0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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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파나마 시티에서 모색 폰세카가 입주해 있는 건물의 모습. EPA 연합뉴스
중미 파나마 시티에서 모색 폰세카가 입주해 있는 건물의 모습. EPA 연합뉴스

파나마 로펌인 모색 폰세카는 대외적으로 “범법자나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와는 절대 거래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모색 폰세카는 전세계 마약 거래상과 사기꾼, 테러범, 마피아 등에 비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며 국제범죄의 ‘숨통’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의 거래내역에는 멕시코 마약왕은 물론 레바논 테러단체인 헤즈볼라 등과의 거래 내역이 포함돼 있다. 이밖에 북한 및 이란 등 국제사회의 경제재제를 받는 국가들과 거래했다는 이유로 미국 당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 및 기업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적색거래자’로 낙인찍은 33개의 거래선이 적시돼 있다. 이 중에는 시리아 정부가 자국민을 살육하기 위해 활용한 전투기에 연료를 제공한 혐의로 미국 정부가 기소한 기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모색 폰세카는 또 고객의 범죄자금을 은닉하고 보호하는 충실한 문지기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3년 11월26일 영국 런던 히스르 공항의 창고에 침입해 약 7,000개의 금괴와 다이아몬드 등을 훔친 6인조 강도도 모색 폰세카는 외면하지 않았다. 강도들은 당시 금괴를 녹여 자금을 마련했는데 모색 폰세카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이들의 자금세탁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색 폰세카는 영국 당국이 세탁된 자금을 추적해오자 경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사후 서비스’도 제공했다. ICIJ는 “비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은 익명의 기업 및 기타 서류 상의 법인들을 통해 더러운 돈의 출처를 위장하는 복잡한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했다.

모색 폰세카는 때론 범죄의 전면에 가담해 수익을 올렸다. 인도네시아에서 투자자 약 3,500명을 대상으로 최소 1억5,000만달러(약 1,722억원)에 달하는 신용사기가 발생했을 때 모색 폰세카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가 이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섹 폰세카는 약 5만9,000달러를 대가로 받았고, 사기를 주도한 범인을 ‘VIP 고객’으로 등록했다. 또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광산 근로자의 유족 4만6,000명을 대상으로 약 6,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사기가 벌어졌을 당시에는 사법당국이 공식적으로 관련 회사를 범죄단체로 기소했음에도 모색 폰세카는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범인들의 자금 은닉을 전면에서 도왔다.

로버트 마주르 전 미국 마약 단속관은”그들(모색 폰세카)은 엔진이 움직이게 하는 휘발유”라며 “그들은 범죄 조직의 성공 공식에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ICIJ에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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