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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달라도 너무 다른 한일 집권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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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달라도 너무 다른 한일 집권세력

입력
2016.05.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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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는 지난 4월16일로 2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미수습자 9명이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는 지난 4월16일로 2주기를 맞았지만 여전히 미수습자 9명이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2년 12월16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총선에서 자민당이 단독과반을 확보해 3년3개월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는 재집권에 성공했다. 사흘 뒤인 12월19일 한국의 대선에선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후보는 1987년 직선제개헌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득표에 성공했다.

이념적으로 같은 보수파인데다 한 명은 외조부가 총리를 지냈고 한 명은 선친이 전직 대통령이라는 비슷한 배경 때문에 조명을 받았다. 선대에서 못다 이룬 과업이나 유훈을 계승하려는 의지가 강한 점까지 닮은 꼴이다. 두 사람은 그러나 3년반이 지나고 처지가 한참 달라졌다. 승승장구하는 아베 정권, 180석 운운하며 오만한 집안싸움 끝에 총선에서 제1당까지 내준 새누리당. 두 세력의 명암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아베 내각은 구마모토(熊本)에서 대형재난을 겪고도 지지율이 45%~53%대로 상승했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무너진 민주당 정권과는 기민한 대처능력에서 차이가 뚜렷했다. 지난달 14일 밤9시26분께 규모6.5의 강진이 구마모토현을 강타하자 아베 총리는 26분만에 총리관저에 복귀, TV를 통해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쿄의 한 식당에 있다가 즉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9시52분 관저에 도착했다. 이후 줄기차게 언론 앞에 나와 상황 및 대응방침을 설명했다. 굳이 세월호 참사 당시 한국을 떠올린다면 궁금증과 의구심만 늘어날 뿐이다.

구마모토 대피소에 가 무릎을 꿇고 귀 기울이는 모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아베 총리는 오는 27일 히로시마(廣島) 원폭 피해지에 미국 최고지도자를 데려와 사실상 사과를 받아내는 이벤트를 국민에게 선사한다. 주변국이 반발해도 원폭에 희생된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리더에게 어느 보통의 일본인이 돌을 던지겠는가.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고 엑티브하게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이야말로 집권세력의 생명력일 것이다. 때론 숨돌릴 틈 없이 이슈를 제공하며 자신있게 끌고 나가는 리더십을 민심은 갈구한다. 지진ㆍ화산ㆍ태풍이 일상인 일본에 있다보면 피해가 속출하는 곳에서 활기 넘치는 사회를 유지하긴 힘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일본에서 “1억 총활약사회”, 심지어 “꽃가루알레르기 제로 사회”같은 온갖 구호를 생산해내는 정권이야말로 활력을 일으키려는 노력 자체로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베 정권은 자신들이 원하는 국가아젠다를 실질적으로 이뤄나가는 면에서도 한 수 위다. 구마모토를 통해 대규모 재난시 국민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사태조항’을 공론화시켰다. 평화헌법 9조 폐기까지 당장 도달하기 어려우니 논점을 주변으로 옮겨 개헌필요성부터 물꼬를 트는 식이다.

특히 구마모토에서 자위대가 구호활동에 맹활약하는 모습이 각인됐다.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미군 오스프리 헬기가 산간지역에 투입돼 음식과 물품을 운반했다. 작년 새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재해지 협력을 추가한 뒤 첫 임무수행이다. 정권의 성과는 이렇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다음주 일본 국회에선 ‘당수토론’이 벌어진다. 총리와 제1야당 대표가 불과 1m앞에 마주선채 말로써 승부를 겨루는 내각제 의회의 백미다. 제도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총리가 TV에 나와 국민과 소통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보수는 다소 도덕성이 떨어지더라도 유능하면 먹혀왔다. 한국의 집권여당은 어떤가. 청년실업, 저성장, 안보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들에 해법을 제시하기는커녕 ‘옥새 들고 나르샤’같은 수준 이하 모습만 보여줬다. 총선이 끝나고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혁신은커녕 슬슬 위기를 망각해가는 모습만 읽힌다. 한국의 보수정권은 자신들의 가치 중 뭘 이뤘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고 있나.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에게 친절히 답변하는 장면을 본 기억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박석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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