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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 정황증거로 “담합” 판단… 위원회 “인과관계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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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처 정황증거로 “담합” 판단… 위원회 “인과관계 약해”

입력
2016.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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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담당자 메신저로 논의 vs. 다른 담당자 있어 담합 어려워

금투협 전고시 수준에 맞춰 vs. 은행별 고시수준 맞춘 비율 달라

CD금리 높여 연동대출서 이자수익 vs. 금리상승기엔 되레 손해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1차 전원회의 심의에 은행 관계자 등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1차 전원회의 심의에 은행 관계자 등이 줄지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시스템에 빗대자면 공정거래위원회는 검찰과 법원 조직이 한 지붕 아래 있는 특이한 기관이다. 사무처가 불공정행위를 적발ㆍ조사하는 검찰 기능(소추)을 하고, 위원회는 이를 판단하는 1심법원 역할(심판)을 한다. 그래서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면, 그 사건은 곧바로 2심법원인 서울고법으로 간다. 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3명, 그리고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기관 특성상 사무처가 ‘혐의 있음’으로 판단한 것을 위원회가 전원회의를 열어 ‘혐의 없음’ 등으로 뒤집는 때가 가끔 있는데, 이번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이 바로 그런 경우다. 사무처는 은행 간 담합이 존재했다고 본 반면, 위원회는 사무처 판단에 근거가 미약하다고 본 것이다.

사무처는 은행 내에 담합 주체가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은행권 채권 담당자들이 발행시장협의회(발시협)라는 친목모임을 통해 서로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메신저에서 CD 발행금리를 특정 수준으로 유지하자고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위원회는 담합 주체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발시협이 은행채 담당자 모임일 뿐, CD 발행을 담당하지 않는 관계자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CD금리를 담합하려면 해당 담당자만 모였을 것인데, 다른 관계자들이 다 보는 메신저에서 담합하지는 않았을 거란 판단이다.

담합의 형식에 대해서도 사무처와 위원회의 판단이 갈렸다. 사무처는 발시협 담당자들이 CD 발행금리를 금융투자협회가 전날 고시한 수준(par)에 맞추기로 합의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합의는 특정한 금액을 가격으로 정하는 통상의 담합과 달리 가격결정의 방법을 정하는 담합인데, 그러다 보니 실제 나타나는 CD금리가 약간씩은 차이가 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은행 사이에 par 발행을 한 비율이 서로 큰 차이가 나서, 실제 가격결정 방법을 담합했는지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par 발행 비율은 농협과 신한은행은 80%였으나 SC제일은행은 98%로 격차가 컸다.

사무처는 담합이 의심되는 기간 동안 은행채 금리가 내려갔는데 비슷한 성격인 CD금리가 되레 높게 유지된 점도 문제 삼았다. 발시협 쪽의 ‘장난’이 있지 않고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은행채와 CD는 발행규모, 만기, 수요처가 달라 CD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며 사무처의 주장을 물리쳤다.

마지막으로 사무처는 은행들이 CD금리 담합을 통해 이익을 거둘 충분한 유인요소가 있다고 봤지만, 이마저도 인정되지 않았다. CD금리가 높아지면 당시 주택담보대출 등 CD금리 연동 대출의 금리가 자동으로 높아져, 은행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게 사무처 주장이다. 그러나 위원회는 “금리 상승기에 par 발행을 하는 것이 은행에게 이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금리가 날마다 오르는데 전날 고시금리에 맞추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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