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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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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선언 등 9473명, 문화계 블랙리스트 확인"

입력
2016.10.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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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표지. 문화예술계 인사 중 시국 선언 참여자, 야권 지지자 등을 요주의 인물로 파악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다.
지난해 5월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표지. 문화예술계 인사 중 시국 선언 참여자, 야권 지지자 등을 요주의 인물로 파악하고 있는 정황이 드러난다.

청와대가 지난해 문화예술계에서 검열해야 할 9,473명의 명단을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 보냈다는 주장과 자료가 11일 나왔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토대로 청와대가 정치검열을 위한 예술계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문화정책에 밝은 예술계 한 인사는 이날 한국일보와 만나 “지난해 5월 흔히 말하는 ‘블랙리스트’가 청와대에서 내려왔고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따라 행동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문체부 공무원들의 푸념을 들었다”면서 “실제 이 문건을 직접 보기도 했거니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사진으로 찍어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때는 저 말이 진짜일까 싶었는데 이후 예술계에서 이런저런 잡음이 들리면서 정부가 이 블랙리스트를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 명단은 블랙리스트 인사들을 크게 네 부류로 나누고 있다. 지난해 5월 1일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에 서명한 문화인 594명, 2014년 6월‘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문학인 754명,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한 예술인 6,517명, 2014년 서울시장 선거 때 ‘박원순 후보 지지 선언’에 참여한 1,608명이다. 이 인사는 “표지 뒤에는 9,473명의 구체적 명단이 리스트로 붙어 있었고, 이 때문에 이 문건은 A4용지로 100장이 넘어가는 두꺼운 분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문화예술계에 파다했던 ‘블랙리스트 1만명설’은 이 자료가 입소문을 탄 것으로 보인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당시 시국ㆍ지지선언자 명단을 인터넷 등에서 확인하면 금세 알 수 있다.

실제로 이 자료가 작성된 시점 이후 예술계 곳곳에서 검열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본 공모 지원, 우수작품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박근형 연출의 작품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가 지원금 포기 종용을 받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윤택 연출가의 희곡 ‘꽃을 바치는 시간’이 심사 1위를 받고서도 지원작 선정에서 탈락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정황은 도 의원이 전날 국감장에서 공개한 권영빈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의 발언에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5월 29일 회의에서 권 위원장은 “지원해 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의 존재를 언급했다. 심의 문제에 대해서도 “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고도 했다.

예술계 한 관계자는 “박근형이나 이윤택 같은 분들은 그래도 예술계 쪽에선 대표선수쯤 되니까 이슈가 됐지만 그렇지 못한 기관이나 단체, 개인들은 아예 찍소리 못하고 납작 엎드려 있었다고 보면 된다”면서 “공모든 뭐든 매 단계마다 보고하고 허락 받아야 하는데다 누가, 무엇 때문에, 왜 되고 안 되는지 알 도리가 없으니 산하 기관, 단체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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