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만 30여종의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각축전을 벌였다면 올해부터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주요 서비스들의 윤곽이 서서히 잡힐 전망이다. 간편결제는 크게 카드사별 앱카드에 카드를 등록해 사용하는 카드사 결제 방식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주로 ‘OO페이’로 이름이 붙는 비카드사 방식이 있는데, 비카드사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고객층은 ‘40대 남성’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KT경제경영연구소 ‘간편결제 소비자 인식과 이용행태’에 따르면 20~4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0대 남성 중 온라인 쇼핑 시 결제수단으로 비카드사 간편결제를 이용하는 비중이 2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를 이어 20대 남성(21.7%), 40대 여성(21.3%), 20대 여성과 30대 여성(18.8%), 30대 남성(17.6%) 순으로 집계됐다.
조사를 진행한 김철홍 BC카드 디지털사업연구소 연구원은 “카드사별 앱 다운과 등록의 번거로움보다는 어떤 카드든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는 간편함을 추구하는 40대의 성향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대리운전, 카카오 택시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40대 남성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서비스(O2O) 이용 경험이 다른 연령대보다 많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전체 조사 대상 중 대리운전, 숙박 등 생활형 O2O 앱을 알고 있는 사람은 83.4%,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는 58.3%로 조사됐다. 생활형 O2O 이용에서 40대 남성의 이용 경험이 높은 편이 아니지만, 카드사 모바일 앱이 제공하는 O2O 이용경험은 31.6%로 전체 평균(26.7%)보다 높게 나타났다. 20대 남성(37.5%) 바로 다음으로 많이 이용한 수준이다.
카드사 앱 안의 분실신고, 결제내역, 청구서 조회 등의 기능이 앱 안으로 유인하는 동기가 되고 이 접점에서 O2O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노출돼 40대에게 간편함과 새로움으로 다가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간편결제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페이코가 가장 높았고 시럽페이가 2위를 차지했다. 대대적인 공중파 광고와 다양한 프로모션을 공격적으로 진행한 마케팅 전략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6개월 내 이용 경험은 카카오페이(40.1%)가 가장 높았다.
김 연구원은 “2014년 국내 핀테크 패러다임 태동 이후 2년여의 시간이 흘렀다”며 “카드사의 간편결제와 카카오, 네이버, 삼성페이, 페이코의 각축전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삼성페이의 온라인 확대, LG전자와 구글, 알리페이와 애플페이의 진출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며 “간편결제를 활용한 소비 행태 변화를 주목하면서 지속적인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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