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체제 보장하는 방안
2007년 10ㆍ4선언서 “종전 추진”
북 핵실험 계속되며 사문화
민감 쟁점 수두룩
구속력 없어 핵 포기할지도 의문
주한미군 주둔할 근거도 약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그들(남북)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나는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히면서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 논의가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11년 만에 재개될 종전 논의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협정 당사자, 주한미군 주둔 근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구두선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한반도 종전이 협상 의제로 오르는 건 2007년 10ㆍ4 정상 선언 이후 11년 만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는 10ㆍ4 선언에 합의했다. 하지만 6차까지 이어진 핵실험 등 북한의 도발 탓에 북한과 한미 간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현재는 사문화된 상태다. 이 같은 실패 사례에 비춰볼 때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기존의 논의를 뛰어넘는, 진전된 합의에 이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속도로 보면 종전 선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평화협정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전이 선언되더라도 평화협정 체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일단 한국은 정전협정의 당사자가 아니다. 1953년 체결된 한반도 정전협정에는 마크 클라크 당시 국제연합(UN)군 총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평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 서명, 한국은 협정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했다. 정전을 종전으로 전환하려면 적어도 정전협정에 서명했던 국가들의 참여가 있어야 국제적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종전 선언에 필요성을 담은 합의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종전 선언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남아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종전 협정은 외교상 협정으로 구속력이 없는데, 그것만 가지고 북한이 25년 동안 개발해온 핵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민감한 쟁점 가운데 하나가 주한미군 문제다. 종전 선언 이후에는 휴전관리의 주체인 유엔사령부의 지위와 역할이 변해야 하고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약화한다. 결국 이번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내지 휴전선 인근에서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수준 합의에 머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에 줄 수 있는 체제 안전 보장 조치 중 빨리 줄 수 있는 게 종전 선언 같은 것”이라며 “미 전략자산이 안 온다고 하면 북한은 그만큼만, 또 다른 보상이 있으면 현재 핵의 불능화 정도를 내주는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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