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체능계열 연평균 등록금
인문사회계열보다 183만원 많아
작업실ㆍ장비 수준 열악한데도
실습비 등 추가 비용 수백만 원
돈 마련 못해 빚낸 학생 31%나
“계열 특수성 명목으로 부당 수익”
홍익대 미대생 신모(26)씨는 입학 이후 4년간 진 빚이 1,500만원 가까이 된다. 매 학기마다 등록금 450만원 정도에, 재료비나 실습비 등도 100만원이 넘는다. 신씨는 “공사장이나 벽화 아르바이트 등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지만 상황이 이렇다”고 한숨을 쉬었다. 특히 불만은 등록금. 또래에 비해 턱없이 비싸지만, “비가 새는 천장에 겨울이면 붓이 얼어 붙을 정도로 난방이 안 되는 작업실에 앉아 있으면 그 등록금 다 어디 갔나 싶다”고 토로했다. 신씨 같은 홍익대 예술계열 대학생은 인문사회계열(342만원) 동급생에 비해 매 학기 100만원 이상 많은 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예술계열 대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지난달 29일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예체능계열 2017년 연평균 등록금은 779만800원으로 인문사회계열(595만9,000원)보다 183만원 가량 높다. 사립대일수록 격차는 크다. 연세대는 예체능계열이 연간 330만원 가량 등록금을 더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공립대학도 매한가지로 서울대는 격차가 246만원이다. 서울대 미대생 A씨는 “교양수업 하나를 들어도 인문대 학생이 40만원 낼 때 우린 60만원을 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엇보다 등록금을 내는 만큼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크다. 작업실 같은 공용시설 수준이 형편없는 데도, 장비 사용료나 전공수업 특강비, 전시비, 실습비 등 추가로 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다. 특히 졸업작품을 준비할 때면 사비 수백만원을 쓰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홍익대 영상영화전공 김모(26)씨는 “학교가 보유한 장비가 많지 않고 대부분 고장 난 상태라 업체에서 빌릴 수 밖에 없다”며 “올 여름 졸업작품을 찍는데 사비 1,000만원을 들였는데 그 중 300만원 가량은 장비대여비용”이라고 했다.
최근 전국 12개 예술계열 단과대학 학생들이 모여 만든 예술대학생등록금대책위원회가 전국 대학생 2,865명에게 설문을 했는데, ‘등록금이 교육여건 등으로 환원되고 있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은 1.6%에 불과했다. 등록금 및 재료비를 마련하려고 빚을 낸 학생이 31%, 이 중 1,000만원 넘게 빚이 있는 학생도 5.1%였다.
이런 사정에도 대학들은 상세한 등록금 책정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학교 측이 계열별 특수성이라는 명목으로 비싼 등록금을 받으면서 사실상 학생들을 상대로 부당한 수익을 얻고 있다”는 게 학생 주장이지만, 대학은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인 박거용 상명대 교수(영어교육과)는 “계열별로 차등해 받은 등록금은 해당 계열을 위해 쓰는 것이 원칙”이라며 “등록금 산정기준을 학생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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