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통 혐의 합의… 비위 사실 없다"
거짓 보고서 홈피에 올렸다가 삭제
"가정 파탄" 민원인에 확인도 안해
학부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온 교사의 비위를 교육지원청이 축소, 은폐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지원청이 졸속으로 만든 비위 조사 보고서가 해당 교사에 대한 경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교육당국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A(45)씨는 서울 구로구 모 중학교 B(52) 교사 때문에 가정이 풍비박산됐다고 주장했다. B 교사는 A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면서 지난해 학부모회 임원이던 A씨의 아내를 유혹, 성관계를 맺어 왔다. 자녀의 학업에만 관심이 있던 A씨의 아내는 “상의할 것이 있으니 만나자”는 B 교사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A씨는 전했다.
아내의 잦은 술자리와 늦은 귀가에도 변함 없던 A씨의 믿음은 지난달 4일 경기 파주의 한 모텔에서 함께 나오는 두 사람을 마주하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A씨는 B 교사의 비위를 조사해 달라며 서울남부교육지원청에 민원을 냈다.
교육지원청은 A씨에게 알리지도 않고 이달 2일 ‘비위 사실이 없다’는 내용의 조사결과 보고서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보고서에는 ▦B 교사가 재직 중인 중학교 교감은 ‘해당 교사의 비위 혐의를 아는 바 없다’고 알려 왔고 ▦B 교사가 간통 혐의에 대해 이미 민원인과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교육장의 결제까지 받은 보고서의 내용은 거짓이었다. A씨는 “B 교사와 합의한 적이 없는데도 교육지원청이 허위 결과를 고지했다”며 “이 보고서 때문에 나는 아내와 간통한 남자에게 돈을 받고 합의해 준 파렴치한이 돼 버렸다”고 분개했다.
교육지원청의 조사도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A씨는 “교육지원청 측이 조사기간(6월 18~25일) 중 B 교사가 근무하는 중학교에 고작 전화 한 통 했을 뿐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마저 올해 초 부임해 B 교사와 A씨 아내의 관계를 모르는 교감과의 통화였다. 교감은 “A씨로부터 진정 전화를 받은 적 없다”고 교육지원청에 답했고, 교육지원청은 A씨에게 확인도 하지 않고 불과 일주일 만에 조사를 마무리했다.
교육지원청은 A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단 5분 만에 조사 보고서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고 “담당자의 실수였다”고 사과했다. 교육지원청 스스로 조사 부실을 인정한 것이다.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A씨는 “가정이 파탄 났고, 두 아이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비도덕적인 교사를 내쫓아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나섰을 뿐인데, 교육당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더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아내와 B 교사를 간통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 구로경찰서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B 교사는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지원청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온 뒤 B 교사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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