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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경쟁사 공격하고 비꼬고… 美 웬디스의 ‘트럼프식 마케팅’

입력
2017.07.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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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맥도널드 매장 알려줘요”

짓궂은 고객 트위터 질문에도

“후회거리 달려 실망길로 좌회전”

톡톡 튀는 도발적 대응 인기

젊은층 팔로어 늘며 매출 쑥쑥

미 버지니아주의 한 웬디스 매장. 웬디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모방한 트위터 마케팅으로 젊은 층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미 버지니아주의 한 웬디스 매장. 웬디스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모방한 트위터 마케팅으로 젊은 층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 내 외식업계 랭킹 3위 체인 웬디스(Wendy’s)의 ‘트럼프-트위터’ 마케팅이 화제다. 흠 잡히지 않을 말만 하는 기존 정치인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산 이하 백인계층 불만을 거친 언어로 대변해 대선에서 승리한 것과 같이, 공격적인 표현도 마다 않는 트위터 마케팅을 펴고 있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다른 업체들이 체면 때문에 주저하는 것과 달리, 웬디스는 경쟁업체는 물론이고 심지어 불만을 제기한 고객에게도 때로는 거침없이 반박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한 고객이 짓궂게 웬디스 트위터에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 매장을 알려달라’고 문의하니 ‘후회 거리(Regret Road)를 달려 내려간 뒤 실망길(Disappointment Drive)로 좌회전하면 된다’고 비꼰 것이 대표적이다. 또 다른 고객이 ‘웬디스 음식은 쓰레기’라고 공격했을 때에는 ‘절대 아닙니다. 당신 질문이 그럴(쓰레기) 뿐입니다’고 맞받아쳤다.

맥도날드 매장 위치를 묻는 고객에게 그곳에 가면 후회하게 될 거라는 웬디스의 메시지. 웬디스 트위터 캡처.
맥도날드 매장 위치를 묻는 고객에게 그곳에 가면 후회하게 될 거라는 웬디스의 메시지. 웬디스 트위터 캡처.

라이벌인 맥도날드와 버거킹도 당연히 공격 대상이다. 맥도날드가 올해 초 미국 매장의 햄버거 패티를 냉동육에서 생고기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자, 즉각 ‘아직까지도 냉동 고기를 썼었던 것이냐’고 비아냥댔다. 버거킹이 새로운 메뉴를 내놓았을 때에는 “우리의 대응 전략은 ‘먹어도 되는 음식’만 내놓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웬디스 도발에 경쟁업체는 지난해 대선에서 경쟁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속수무책 당한 것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푸드체인 하디스는 아예 자체 트위터에 웬디스 접속을 막아 버렸고, 맥도날드와 버거킹 등은 똑같이 수준 떨어지는 행동은 않겠다는 입장이다.

웬디스의 ‘트럼프식 트위터 마케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패스트푸드 주요 고객인 10~20대 젊은 계층에서 인지도와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다. 웬디스의 커크 케인 마케팅 담당이사는 “지난해 트위터 대응 톤을 바꾼 뒤부터, 솔직하면서도 도발적인 내용에 젊은 고객이 열광하고 있다”며 “트위터 팔로워가 80%나 증가, 현재 200만명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 최대인 맥도날드(350만명)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신규 팔로워 대부분이 고객이 된다는 점에서 매출 신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웬디스 매출은 17개월 연속 증가세이며, 지난해 9달러 수준에 머물던 주가는 현재 16달러선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렇듯이 웬디스의 트위터 메시지는 겉으로는 거칠어도 정교한 계산이 깔려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전문 작가 20~30명이 ‘트위터 대응팀’을 꾸려 고객이나 경쟁업체의 메시지에 대응하고 있다. 웬디스는 이들 작가들의 신상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는데 대부분 마케팅 전문가나 홍보전문가다. 특히 이들 중에는 입심 좋기로 유명한 현직 코미디언도 끼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웬디스 경영진은 트위터 대응팀에 상당한 자율성을 주고 있는데, 경쟁업체 신상품 출시 등 회사 전략과 직결되는 메시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일일이 직접 보고를 받고 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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