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근거지로 공습 대상이자 아랍의 봄 진압한 국가 '양면성'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렵사리 과격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타깃으로 시리아 공습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리아는 미국의 입장에서 IS 근거지가 있는 공습 대상 국가인 동시에 ‘아랍의 봄’을 잔인하게 진압해 민주화를 후퇴시킨 국가로 양면성을 띠고 있다. 특히 시리아는 반 정부 시위를 잠재우려는 차원에서 화학무기로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은 IS 격퇴를 위한 시리아 내 IS 공습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시리아 정부의 협조 없이 IS를 공습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잖이 느끼고 있는 등 정치적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11일 외신들에 따르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 정부의 승인 없이 IS의 본거지인 락까를 포함해 시리아 북부 지역을 공습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속내는 복잡하다. 시리아는 ‘아랍의 봄’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흐름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미국은 물론 서방 국가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으로 낙인 찍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는 시리아 정부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과격한 진압으로 한 때 미국이 공습을 고려했을 정도. 그런 국가이지만 국제적인 골칫덩어리 IS와, 반 민주적 알아사드 정권이 모두 시리아에 기반을 두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미국이 시리아 정부의 승인 없이 IS의 본거지를 공략하는 것이 국제법적인 논란이 부각될 가능성이 있고 시리아 정부군의 군사적 반발을 야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IS와의 전선에 미국의 도움을 요청하는 알아사다 정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개입을 계속 주저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 정부와 별개로 온건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의회에 시리아 반군을 무장하고 훈련하는 데 필요한 5억 달러의 예산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미국은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를 공습 대상 지역에 포함시키되 직접적으로 시리아의 힘에 의존하지 않는 방식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접경국인 터키가 미국 공습의 주요 병참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하는 이유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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