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급식 우선순위 논쟁 무의미… 포퓰리즘 정책 막는 재정준칙 필요
복지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해야 "장기적 해법은 증세뿐" 입 모아
무상복지를 놓고 정부와 지방간, 보수와 진보간 공방이 갈수록 격렬해지면서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중장기적인 근본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고 있다. 지금의 논란이 재원 부족에서 비롯됐고 앞으로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재정 혁신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 상당수는 지금의 복지수준을 과거로 되돌리지 않는 한 증세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며, 나아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막는 엄격한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복지사업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내놓고 있다.
11일 한국일보가 재정 및 경제전문가 12명을 상대로 무상복지 논란 해법에 대해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전문가들은 “재정 혁신 없이는 무상복지 문제를 절대 풀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무상보육이냐, 무상급식이냐의 우선 순위를 따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세입과 세출 분야의 구조조정, 중앙과 지방정부의 유기적인 역할 및 권한 조정 등의 재정 혁신을 통해 시대적 요구인 복지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법으로 강제력을 갖는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지출을 법으로 억제하고 재정수지를 통제하는 등의 재정준칙은 선거 때마다 남발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76개 국가에서 재정준칙을 운용하고 있고 독일은 아예 헌법에 명시하고 있을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정준칙을 반영해 중기재정계획을 짠다고 하지만 구속력이 없어 늘 경기 부양이라는 우선 순위에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복지 지출을 늘릴 때 그에 상응하는 재원이 마련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감시할 협의회도 꾸려야 실효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업 시행 전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처럼 복지 정책 역시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 역할 분담 주문도 많았다. 중앙정부의 입법과 역할에만 기대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지방의 징세권한을 확대하고, 현행법상 가능한 선에서 지방조례를 통한 세율 인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중앙정부는 기초생활보장 등 기본적인 복지에 집중하고, 더 필요한 복지 분야는 지방이 각자 처지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신청주의) 복지 서비스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종 해법은 결국 증세로 모아졌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고령화 저성장 등의 요인으로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할 전망”이라며 “증세라는 정공법이 아니고서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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