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네스 엔리케스(37ㆍ포르투갈)가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금녀의 벽’ 50km 경보 대회에 출전해 여성 최초로 공인 세계 기록을 세웠다. 50km를 4시간8분26초 만에 완주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6일(한국시간) 엔리케스가 포르투갈 포르투 데 모스에서 열린 경보 선수권대회 50km 부문에 출전해 여성의 첫 번째 공인 기록을 수립하며 경주를 마쳤다고 전했다.
50km 경보는 최근까지도 금녀의 종목이었다. 육상에서 마라톤(42.195km) 보다 코스가 긴 유일한 경기로, 4시간에 달하는 경주를 마치면 몸을 가누지 못해 휠체어에 오르는 선수가 더러 있을 정도로 체력 소모가 극심한 종목이다. 여성의 체력으로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이유로 여자 선수들은 초청 선수 자격으로만 참가했고 공식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IAAF는 지난해 4월 50km 경보 대회에 여자 선수의 출전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지난달에는 “여자 선수도 2017년 1월부터 4시간30분 이내로 완주하면 공인 기록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엔리케스는 4시간8분26초로 50km를 소화해 첫 세계 공인 기록을 획득할 수 있었다. 2007년 모니카 스벤손(38ㆍ스웨덴)이 기록한 비공식 세계 최고 기록인 4시간10분59초에서 2분여를 단축했다.
엔리케스는 포르투갈 언론 디엔(DN)과의 인터뷰에서 “무엇보다 (50km 경보가) 여성에게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경주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페이스가 괜찮았는데 마지막 3km를 앞두고 지쳐버렸다”고 덧붙였다. IAAF는 “엔리케스가 초반부 빠른 페이스와 경험 부족으로 마지막 5km 구간을 통과하는 데만 30분 이상을 소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페이스를 유지했다면 4시간6분대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엔리케스의 기록은 남자 선수와 비교해봐도 준수한 성적이다. 엔리케스는 이날 대회에서 4시간8분22초를 기록한 남자 선수 그레고리오 앙헬리니(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남자 50㎞ 경보 세계기록은 요한 디니즈(프랑스)가 보유한 3시간32분33초다.
그동안 초청 선수 자격으로 50km 경보에 참가했던 여자 선수들은 이제 공식적으로 경기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IAAF는 “일단 남자들만 출전하던 50㎞ 경보에 여자 선수의 출전을 허락하고, 참가 선수의 인원과 기록 등을 고려해 여자 50㎞ 경보 대회 신설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우진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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