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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열린 개헌 정국, 국가 미래를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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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열린 개헌 정국, 국가 미래를 생각하자

입력
2016.10.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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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개헌 정국의 문이 활짝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에서 가진 2017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더 이상 개헌 논의를 미룰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임기 내 개헌을 천명하고 나섰다. 그간 여야 정치권을 포함한 각계에서 한계에 봉착한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 필요성이 적극 제기돼 왔음에도 박 대통령은 “국정 블랙홀”을 이유로 개헌 논의에 강한 거부감을 보여 왔다. 그런 박 대통령이 입장을 바꿔 가세했으니 개헌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밖에 없다. 정치권도 급속하게 개헌 정국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박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입장을 바꾸고 나선 데에 당혹스러움을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다. 권력형 비리 냄새를 풍기는 미르ㆍK스포츠 재단 및 최순실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꾀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커질 만하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개헌 논의 개시에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정권의 비리를 가리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런 의심을 해소하려면 개헌 논의와는 별도로 최근 제기된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수사가 철저하게 진행되어야만 한다.

우리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통령 임기 말의 개헌 움직임은 정권 연장 음모 내지는 퇴임 후 영향력 유지라는 강한 비판을 불러 번번이 좌절됐다. 임기 1년 4개월을 남겨 놓은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공식화한 것도 예외이기 어렵다. 당장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정권 연장을 위한 음모처럼 비칠 수 있다”고 강한 의심을 드러냈다. 여야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반발도 크게 마련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도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 원 포인트 개헌론을 펴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난한 바 있기에 그런 의심이 더하다.

대통령은 개헌 논의에서 빠져야

이런 점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날 “대통령이 개헌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김 수석은 “국회 논의 과정을 봐 가면서 필요하다면 당연히 대통령이 헌법개정안 제안권자로서 정부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현재 정국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의 중심에 서면 큰 논란과 혼란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일단 개헌 물꼬를 튼 역할에 그치고 구체적 논의는 국회와 국민에게 맡기는 게 옳다. 여야의 차기 주자들도 이날 이구동성으로 박 대통령에게 개헌 논의에서 빠질 것을 주문했다.

어쨌거나 개헌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더 이상은 부정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대선 다음 날부터 다시 차기 대선이 시작되는 정치체제 탓에 극단적 정쟁과 대결구도가 일상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인 야당을 철저히 배제하는 승자독식주의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의 정책이 옳든 그르든 무조건 반대하기 십상이다. 대통령 1인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도 큰 문제다. 정권마다 되풀이된 친인척ㆍ권력형 비리의 뿌리도 결국은 제왕적대통제다.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과 ‘최순실 게이트’도 같은 맥락이다. 단임제로는 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박 대통령 지적대로 지속적 국정과제의 추진이 어렵고, 남북관계 등 대외적으로 일관된 정책을 펴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런 문제의식 아래 개헌의 방향에는 대체로 합의가 이뤄졌다. 이미 역대 국회와 유력 사회단체에서 개헌안에 대한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해 왔고 결과물도 상당히 축적된 상태이다. 개헌 논의는 이러한 토대 위에서 정파적 이해를 떠나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핵심은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 분산과 함께 각 정파의 참여와 연대가 가능하도록 권력구조와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구체적 대안으로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 또는 4년 중임 정부통령제, 독일식 의원 내각제 등이 거론돼 왔다.

정치적 이해 넘어 대승적으로 접근하길

그러나 각 정파간 의견이 다르고 국민의 공감대 형성도 아직 미흡해 개헌 논의의 물꼬가 터졌다고는 해도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게다가 개헌 시기와 직결된 차기 대통령 또는 국회의원의 임기 단축도 난제다. 박 대통령이 임기 내 개헌을 완료한다고 했지만 이 헌법 하에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한다면 새로 원을 구성해서 총리를 새로 뽑아야 하는 만큼 지금의 국회는 조기 해산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구체적 논의에 들어가면 정치적 이해관계가 치열하게 부딪치고 그만큼 합의안을 도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탓에 극심한 갈등을 연출하다 결국 또다시 개헌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과 제도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등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데는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현행 헌법이 지난 30년간의 시대적 변화를 담기에는 너무 낡았다는 지적도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국민의 70% 이상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여소야대 구도 아래 개헌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200명에 육박한다.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와 여건이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들을 포함해 각 정파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국가의 미래상을 담은 바람직한 개헌안 도출에 뜻을 모으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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