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열렸던 제8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생각지도 않게 극적 장면을 연출했다. 여느 때처럼 행사는 마지막까지 순조롭게 펼쳐졌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인 작품상 수상 발표 때 아카데미상 역사에 남을 촌극이 벌어졌다. 작품상 수상작으로 ‘라라랜드’가 호명됐다가 ‘문라이트’로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상 최고의 시상식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어떻게 이런 어이 없는 일이 일어났을까.
아카데미상 시상식 담당 기업은 다국적 회계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이다. 오스카 시상식만 82년 동안 맡아왔다. PwC는 아카데미상 주관하는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 6,687명의 투표에 기반해 수상자를 선정해 왔다. 이번 아카데미상도 최다 득표한 후보가 수상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다만 예외적으로 작품상 선정에는 선호 투표제를 적용했다. 투표자들이 작품마다 선호 순위를 매기고 이를 기반으로 수상작을 뽑았다.
PwC의 회계사 마사 루이즈(Martha Ruiz)와 브라이언 컬리넌(Brian Culinan)이 발표자에게 봉투를 전달하는 중책을 맡았다. 두 사람의 서류가방에는 각각 수상작이 쓰인 똑 같은 24개의 봉투가 들어있었다.
수상자와 수상작 발표 전 서류가방을 든 두 회계사가 무대의 왼편과 오른편에 각각 서 있었다. 발표자는 무대 뒤편에서 봉투를 전달 받고, 보통 무대의 오른편으로 입장했다.
작품상 발표 직전 순서인 여우주연상을 시상할 때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발표를 맡았다. 디캐프리오는 무대 왼편으로 입장했고, 루이즈가 그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이 때 여우주연상 수상작 내용인 담긴, 열리지 않은 봉투가 무대 오른편에 남겨졌다.
바로 작품상 시상이 이어졌다. 원로 배우 워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작품상 발표를 위해 무대의 오른편으로 입장했고, 이 때 컬리넌이 두 사람에게 전에 남겨진 봉투를 건네주었다. 결국 비티와 더너웨이는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라라랜드’를 작품상이라 생각하고 잘못 발표를 하는 해프닝을 일으키게 됐다.
이 날의 해프닝 직후 PwC는 이번 사건의 경위를 담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진우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부 3)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