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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상화폐 거래, 억지 규제보다 기본원칙을 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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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상화폐 거래, 억지 규제보다 기본원칙을 살려야

입력
2017.12.12 19:1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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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광풍’을 제어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초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따라서 규제하지도 않겠다’던 입장에서 벗어나 일단 관련 불법행위만이라도 적극 차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15일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테스크포스(TF)’ 회의에서 규제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하면서 찬ㆍ반 의견도 분분하다. 중국처럼 아예 거래를 금지하자는 강경론이 있는가 하면, 불법은 차단하되 시장은 제도화하는 게 옳다는 주장까지 팽팽하다.

정부가 규제에 나서기로 한 건 가상화폐를 둘러싼 병리 양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한 고교생이 비트코인의 파생 가상화폐인 ‘비트코인플레티넘(BTP)’에 대해 SNS를 통해 헛소문을 퍼뜨려 가격 급락을 유도했다는 소문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해당 인물로 추정되는 고교생에 대해 살해 위협이 나돌아 경찰이 학생 신변보호에 나서는 상황까지 갔다. 그런가 하면 대학생이 50만원을 비트코인에 투자해 4개월 만에 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기사가 나오고, 지방 공장을 통째로 빌려 수백 대의 컴퓨터로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국내 현장이 소개되기도 했다.

가상화폐의 채굴과 거래 자체를 불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일종의 함수인 비트코인 등의 존재 확정성과 희소성은 확고하다. 따라서 논리적으로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수용하고 이용하겠다는 수요자들이 거래에 나서는 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전 세계 비트코인의 40%가 극소수인 약 1,000명에게 편중돼 있다는 점, 그들이 얼마든지 시세를 조종할 수 있다는 점, 가상화폐 거래가 실질적으로는 화폐로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격 앙등을 바라는 투기에 불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제도권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이런 정부 입장에 공감한다. 일각에서 관련 산업발전 등을 거론하지만, 채굴이나 거래, 시장제도 같은 유관 산업은 제도권 밖에서도 스스로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 규제는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수용하지 않되,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도 않음으로써 이해 당사자와 수요자들이 자기 책임하에 거래하고 시장을 조성토록 하는 수준이 옳다고 본다. 다만 제도권 밖이라도 가상화폐 거래 투명성 확보나, 불법행위 차단 대책은 시급히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규제하면 관치라고 욕하고, 안 하면 무책임하다고 비난하는 건 곤란하다. 가상화폐 거래자들도 일확천금을 노리는 만큼, 그 위험까지 감수할 각오가 없다면 즉각 투자를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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