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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정국 10일'… "왕정시대 대통령, 민주주의와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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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정국 10일'… "왕정시대 대통령, 민주주의와 충돌"

입력
2015.07.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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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들 "삼권분립, 대통령이 무너뜨려"

"청와대에 줄 선 친박계, 정당 존립 근거 훼손"

"해법도 대통령에...고집 아닌 원칙 지켜야"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믹타(MIKTA) 국회 의장단을 접견하기 위해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일 믹타(MIKTA) 국회 의장단을 접견하기 위해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를 불신임한 것은 국내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대 사건이다. 때문에 ‘유승민 정국’은 정치학자들에게도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됐다. 일부 정치학자가 이번 케이스를 주제로 연구논문 집필에 들어간 가운데 대다수 정치학자들은 사태의 근본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찾았다. 왕정시대에나 어울릴만큼 권위적인 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민주공화국 체제와 충돌했다는 해석이다. 또 박 대통령의 이런 리더십 하에서는 최고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민주주의의 기본이 뿌리째 흔들리는 위기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발언, 유신 때로 치면 ‘국회 해산’ 수준”

정치학자들은 열흘간 진행된 ‘유승민 정국’을 지켜보며 대통령의 리더십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학자들은 “특별한 대통령”, “대통령이 사태의 단독 변수”, “이상한 리더십”이라는 표현을 거론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대통령의 리더십을 “‘대한민국은 내 나라며 짐이 곧 국가’ 수준의 사고”라고 지적했다.

정치학자들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여부보다 ‘유승민 사태’에 더 주목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여당 원내대표와 함께 일을 못하겠다고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게 바로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린 처사”라며 “국민은 민주화 시대에 와있는데 대통령의 리더십은 권위주의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김만흠 원장은 “헌법이 명시한 헌정질서의 체계는 국민, 국회, 대통령 등 정부 순”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 대표를 존중하기는커녕 유신시대로 치면 국회를 해산하라는 수준의 발언을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유 원내대표의 사퇴 이유로 ‘대통령과 생각이 달라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데도 학자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부ㆍ여당이 사전에 긴밀히 조율해 한 몸처럼 움직이되 대야협상의 최전선에 있는 원내대표의 자율권 역시 보장돼야 정치가 작동하게 마련”이라며 “그런데 대통령은 ‘사전에 내 지시를 받고 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으니 함께 갈 수 없다’고 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정치학자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눈을 돌렸다. 이번 사태를 중심으로 논문을 집필 중이라는 문우진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순수한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의회보다 약한 게 맞지만, 우리나라는 권위주의 국가에 필적할 정도로 강하다”며 “행정부에 법안 발의권과 예산편성권 등을 부여해 대통령이 입법의제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대통령 한마디에 친박계가 나서서 원내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현 정국은 정당 스스로 존립의 근거를 약화시키고 헌법기관으로서 권위를 내팽개친 채 권력자에 줄을 선 사례”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정치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사태의 해법 역시 대통령이 쥐고 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강원택 교수는 “대통령이 주도한 국회선진화법 아래서는 다수결이 능사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의가 기본이고 그것이 정치라는 사실을 대통령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흠 원장은 “대통령이 3부의 권한을 존중하고 소통한다는 원칙대로 하면 된다”며 “고집이 아닌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와 관행의 개선도 지적됐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생채기 중 하나는 여당이 아직도 청와대에 종속돼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20대 총선에선 상향식 자유경선공천을 성사시켜야 원내정당화나 수평적인 당청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우진 교수는 “대통령에 아직도 막강한 권한을 준 헌법을 손질하는 ‘과도기적 개헌’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결정될 6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5일 국회 직원들이 본회의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의 운명이 결정될 6일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5일 국회 직원들이 본회의장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고영권기자 young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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