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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제앰네스티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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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제앰네스티 발표

입력
2014.12.3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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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가 최근 새해에 잊어서는 안 될 세 사람을 골라 발표했다. 4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를 벗어나 터키에서 난민생활 하는 소녀, 사형판결을 받고 45년 동안 투옥됐다 풀려난 일본인과 엄격한 임신중절 금지법으로 고통 받은 엘살바도르 여성이었다. “부정, 학대, 자유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다. 그 너머에 생명이 있다”며 안나 니스타트 조사국장이 고른 이들의 사연을 요약해 소개한다.

마하는 시리아에서 온 8세 소녀다. 미사일 공격으로 알레포에 있던 집은 부서졌고 부모도 잃었다. 삼촌과 함께 터키로 탈출했다. 터키 샨리우르파의 아크차카레에 있는 새 집은 콘크리트 상자 같다. 삼면이 벽으로 둘러싸였고 문도, 화장실도, 침대도, 세면장도, 요리할 곳도 없다. 물은 호스로 먹고, 음식은 가까운 난민 캠프에서 난민들이 모아준 것을 얻어온다. 피부에는 발진이 생겼고, 설사로 고생을 하며, 감기가 떨어지지 않는다. 비참한 상황을 봐온 트라우마로 지금은 한 마디 말도 할 수 없게 됐다. 아무 지원도 없다.

지난 3년간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은 380만. 시리아 내전은 끝날 조짐이 없고 난민은 늘어나기만 한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참담하다. 부실한 대응으로 주변국에 부담이 집중된다. 터키는 지난 9월 불과 사흘 동안 약 13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여야 했다. 유럽연합(EU)이 3년간 수용한 난민 숫자보다 많다.

하카마다 이와오는 78세의 일본 전직 권투선수다. 1968년 살인죄로 사형판결을 받고 인생의 대부분을 독방에서 보냈다. 다른 투옥자와 이야기하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금지됐다. 화장실과 산책 이외에는 옥중에서 가만히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됐다. 일본에서는 사형집행이 베일에 가려 있다. 사형 날짜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하카마다는 45년여를 매일 “오늘은 간수가 이름을 부를지 모른다”며 떨며 지냈다. 독방에 투옥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질환 증세도 보이기 시작했다.

인권단체들의 활동도 보탬이 돼 지난 3월 시즈오카지방법원은 증거가 조작됐을 우려가 있다며 사형 판결을 무효로 하고 재심과 석방을 명령했다. 사형제도가 그에게서 뺏은 세월과 건강은 돌려받을 수 없다.

엘살바도르의 마리아 테레사 리베라는 의류공장에서 일하는 비혼모다. 어느 날 배에 통증을 느껴 세면대에 간 뒤 병원으로 실려갔다. 임신인 줄 몰랐던 상태에서 아기는 유산됐고 병원의 연락을 받은 경찰은 그를 기소했다. 법원은 증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고의 낙태를 했다며 가중살인죄를 적용해 40년형을 선고했다.

엘살바도르는 니카라과, 온두라스, 칠레, 도미니카공화국과 함께 낙태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나라다. 임신모의 건강이나 생명이 위험할 때도, 강간을 당했을 때도 중절이 금지돼 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몰래 낙태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최악의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여성조차 있다. 그들 대부분이 가난한 여성이다.

니스타트 국장은 “이들처럼 부정의에 희생된 사람들이 세계에 수도 없이 있다”면서도 이들을 “자랑이며 희망”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그들도 우리도 이런 정의롭지 못한 세상을 바로 잡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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