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 달여 만에 재개된 재판에서 전날에 이어 28일에도 출석을 거부했다. ‘건강상 이유’가 재판 불출석 사유다. 하지만 서울구치소 보고서에 따르면 거동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는 도무지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데다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고 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며 궐석재판을 강행했다. 형사소송법에는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때는 출석 없이 공판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남아 있는 수십 명의 증인 신문과 제한된 구속기간 등을 고려할 때 공판을 마냥 늦출 수 없다는 점에서 재판부의 궐석재판 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 거부는 일찌감치 예상된 바다. 그는 지난달 구속기간이 6개월 연장되자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가 없다”며 재판 거부 의사를 밝혔다. 7명의 변호인단도 집단 사임했다. 피고인이 재판 과정에서 억울함과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것 또한 엄연히 법치주의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이라면 지켜야 할 선이 있게 마련이다. 허황된 ‘정치보복’ 프레임에 사로잡혀 지지세력을 규합해 정치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라면, 가벼운 우려와 함께 실소를 금하기 어렵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투쟁’은 대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재임 시절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잘못은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할 판이다. 게다가 그는 탄핵재판과 검찰 수사, 재판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사법절차를 방해하거나 부정해 왔다. 국민들에게는 법치주의를 강조하고는 정작 스스로는 앞장서서 어긋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으니, 동정은 커녕 국민 반감을 살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 주장대로 정치보복의 여지가 있다면 법정에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잘잘못을 가리면 그만이다. 유무죄를 떠나 그의 목소리와 주장은 기록으로 남아 후세에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행태에 개의치 말고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절차대로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 물론 국선변호인 체제로 운영되는 남은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최대한 보장해야겠지만 언제까지 재판지연 전략에 끌려갈 수는 없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은 6개월이 만료된 뒤 이례적으로 재연장된 상태여서 1심 재판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재판부는 이런 때일수록 ‘정치 외풍’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증거로만 판단해 법의 엄정함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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