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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상품’으로서의 노동과 능력주의 인사

입력
2016.03.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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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인류 역사와 함께했다. 사람이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수단이 노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 없는 인류는 생각하기 어렵다. 인류 역사와 함께한 노동이지만 그 존재 방식은 역사적으로 사뭇 다르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노동은 어떠한 모습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은 상품으로 존재한다. 그 때문에 노동은 사용가치와 효용을 지니며 그 가치에 따라 매매되고 교환된다.

상품으로서의 노동은 ‘노동력’이라는 형식을 갖게 되는데, 다른 상품들과 같이 그 형성에 투입된 시간과 노력에 비례해 가치가 결정되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조절된다. 노동력의 시장 가격은 임금으로 표현되는데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임금이 떨어지고, 그 반대의 경우 임금이 올라간다. 이렇듯 상품으로 존재하는 노동력은 지식, 기술 및 경험 등으로 구성되며, 일할 수 있는 역량의 종합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치 구성, 가격 조절 그리고 교환의 논리 등은 동일하지만 노동력은 세 가지 점에서 다른 상품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는다. 우선 노동력 상품은 소유자인 노동자로부터 분리되지 않는다. 노동력 이외의 모든 상품들은 거래와 동시에 소유자로부터 이탈해 구매자에게 이전되지만 노동력은 상품 소유자와 판매되는 상품의 분리가 어려워 소유자가 항상 상품과 함께한다. 따라서 기업이 구매하는 형식적 대상은 노동력이나 그 실체는 사람으로 존재한다.

다음으로 노동력은 사용과 관리에 상당한 제약이 수반되는 ‘한계상품’이다. 다른 상품의 경우 소유자의 완전 통제와 처분이 가능하지만 노동력은 사용 과정에서 다양한 법률과 제도의 제약이 수반된다.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사용할 수 없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는 해고를 시키기도 어렵다. 상품 가격은 법으로 그 최저수준이 강제되며(최저임금), 근로시간의 법정 한도를 초과해 사용하는 경우 가산임금을 줘야 한다. 노동조합을 통한 상품 가격의 담합적 거래도 유일하게 허용된다.

마지막 특징은 상품의 가치가 변한다는 점이다. 다른 상품들은 구매 이전부터 사용가치에 대한 완벽한 예측과 실현이 가능하지만 노동력은 다르다. 예컨대, 볼펜은 그 수명이 다할 때까지 동질의 사용가치를 소유자에게 제공하지만 노동력 상품은 제공하는 가치의 수준과 정도(노동생산성)가 수시로 달라진다. 직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성과가 나지 않고, 상사가 불편해도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 요컨대 직무특성, 조직문화, 인간관계 등 다양한 이유로 사용가치가 변하는 것이 노동력 상품이다.

이와 같이 노동력 상품은 사용상 제약이 심하고, 가치가 사전에 확정되지 않는 특징과 더불어 그 실체가 사람이라는 점에서 관리가 매우 어려운 대상이다. 경영학의 인적자원관리는 이런 불완전 상품의 사용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방법론에 다름 아닌 셈이다. 지금까지 시도한 인사관리의 다양한 방법들 즉 연공형 인사체계, 성과관리와 피드백, 스톡옵션과 종업원지주제 등은 모두 노동력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원된 방법이었다.

노동력 상품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면 그 사용가치의 확대는 근로자들의 자발적 동의와 노력을 유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특히 인사관리 제도와 관행 변화가 일방적 선택과 강제적 방법으로 추진되면 노동력 소유자는 투입을 최소화하고 보상을 극대화하는 기회주의적 행위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능력중심 인사관리와 성과주의 보상의 방법이 적절한 수단인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아울러 개혁의 방향과 방법이 우리 노동시장의 제도적 특성과 인사관리 관행 등에 적절히 조응하는지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기업 인사 관리가 외부노동시장에 의존하는 경우라면 적극적 성과관리로 도덕적 해이와 사적 이익추구를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내부시장이 발달한 경우라면 체계적 의사소통과 참여의 방법으로 기회주의적 선택의 유혹을 관리하는 것이 적절하다. 제도간 내적적합성 없이는 노동력 상품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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