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에서 종양, DNA 손상 확인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냐
FDA “해로운 영향 증거 없어”
환경단체 “위험하긴 한 것” 논쟁만
휴대전화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란은 장기간 지속돼온 해묵은 사안이다. 미국에서는 이를 규명하기 위해 20년 가까이 2,500만 달러를 투입해 광범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그 결과가 발표됐지만, 이번에도 논란을 종결시키긴 역부족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국가독성프로그램(NTP)이 식품의약국(FDA) 요청으로 1999년부터 진행한 휴대전화 전자파의 건강 영향에 대한 최종 연구결과 초안이 2일(현지시간) 발표됐다. NTP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전자파에 노출된 수컷 쥐에서는 심장과 뇌 조직의 종양이 소규모 증가했다. 반면 암컷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전자(DNA) 변화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는 암수 구별 없이 전자파에 노출된 집단에서 일부 DNA 손상이 확인됐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고, 오히려 이들 집단의 생존기간이 전자파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보다 길었다. 게다가 신장질환이 줄어드는 모습까지 보였다.
NTP의 존 부처 선임 연구원은 “현재 시점에서 이번 발견에 상당한 확실성을 부여할 정도로 우리가 연구 결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며 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다만 “나는 그간 핸드폰을 사용했던 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NTP는 이번 결과에 대해 공청회 등을 통해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은 뒤에 최종 보고서를 채택 예정이다. FDA는 이날 “그간 연구결과를 검토해왔다”며 “현재 안전 기준 아래서 우리는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충분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케네스 포스터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정하는 최악의 두려움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를 끄집어내겠지만, 보다 중립적인 과학자들은 그 영향이란 게 얼마나 작고 미미한지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자파의 유해성에 무게들 두고 있는 일부 환경단체들은 “이번 연구는 정책 당국자에게 경고 신호를, 모든 미국인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캔서 소사이어티’(ACS)의 오티스 브롤리 수석 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가 내가 그동안 말해왔던 걸 바꾸지 않는다”며 “휴대전화와 암과의 연관성에 대한 증거가 약해 보이지만, 이번 결과를 걱정한다면 이어폰을 끼라”고 주문했다. 환경단체들은 그간 핸드폰을 직접 귀에 대지 말고 이어폰을 끼고, 바지 주머니에 넣어두지 말라고 촉구해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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