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전원합의체서 2명이 소수의견 주도
내년·내후년 퇴임 땐 압도적 판결 우려
양승태(67) 대법원장은 취임 후 4년 간 10명의 대법관을 임명 제청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참여하는 13명의 대법관(대법원장 포함) 중 이용훈(73) 전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대법관은 내달 퇴임을 앞둔 민일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이인복(58) 이상훈(58) 대법관뿐이다.
이인복 대법관은 2016년 9월, 이상훈 대법관은 2017년 2월에 임기 6년을 마치게 된다. 두 대법관의 퇴임이 우려되는 대목은 그나마 이들이 보수 색채가 짙은 대법원에서 소수의견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두 대법관은 ‘전교조 교사 시국선언 사건’에서 국가공무원법 위반의견을 낸 다수에 반해, 당시 박일환ㆍ전수안ㆍ박보영 대법관과 함께 무죄 의견을 냈다. 과거사 손해배상 사건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도 두 대법관은 김용덕ㆍ김소영 대법관과 함께 반대의견을 냈다. 대법원이 신의칙 상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예외를 인정한 데 대해서도 두 대법관은 김신 대법관과 함께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성을 배척하는 다수의견은 너무 낯선 것이어서 당혹감마저 든다”며 “임금은 근로자에게 생존의 문제”라고 반대의견을 냈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한명숙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김용덕ㆍ박보영ㆍ김소영 대법관과 함께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수사기관 진술을 증거로 삼으려면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있어야 한다”며 공여자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했으나 과거 검찰진술에 기대 유죄를 인정한 다수의견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다.
이들 두 대법관이 퇴임할 경우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수의견이 압도적인 판결을 자주 내릴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이용훈 대법원 체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진보성향의 이른바 ‘독수리 5형제’(김영란 김지형 박시환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가 소수의견을 주도했고, 사안에 따라선 개혁적인 판결도 자주 나왔다. 이에 비해 현재 대법원에 대해선 ‘균형’ ‘다양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 전직 대법관 출신 변호사는 “13명 중 생각이 다른 사람은 5명 정도는 있어야 토론이 힘을 받고 하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에 대한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은 지난 24일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동에 따른 국가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위헌으로 결정된 긴급조치를 적용해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 심판 대상”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4명의 대법관 중 절대 다수를 한 대통령이 일시에 임명할 수 없는 장치를 만들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헌법 개정 논의 때 이런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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