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미식가’의 작가로 잘 알려진 일본의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谷口ジロ-ㆍ본명 谷口治郞)가 11일 도쿄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70세.
1947년 돗토리현 돗토리시에서 태어난 다니구치는 교토의 섬유회사에서 근무한 후 만화가를 지망해 상경, 1971년 24세의 나이로 정식 만화가로 데뷔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섬세한 스케치와 먹물을 쓰지 않고 표현하는 독특한 음영이 특색이며, 보통 사람의 일상을 그린 성인용 작품이 많다”고 평했다. 나쓰메 소세키를 비롯한 메이지시대 일본인을 그린 대표작 ‘도련님의 시대’는 일본만화가협회상 우수상과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다.
구스미 마사유키 원작 ‘고독한 미식가’는 수입품 잡화상인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가 길거리 식당에서 평범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잔잔하게 묘사했다. 일본 TV도쿄에서 드라마로 방송돼 높은 인기를 누렸고 한국에도 알려졌다.
서구에서도 ‘열네 살(원제 ‘머나먼 고향’)’ ‘신들의 봉우리’가 앙굴렘국제만화축제에서 수상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2011년에는 프랑스 문화예술공로훈장을 받았다. 2012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니구치는 “내 작품이 왜 일본 밖에서 인기가 많은지 모르겠다. 어쩌면 30년간 유럽 만화를 모범으로 추구해 온 것이 자연스레 작품에 드러난 것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특히 다니구치의 인기가 높은 프랑스의 만화 출판사 캐스터맨은 “다니구치 지로가 11일 사망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한다. 그의 가족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캐스터맨은 “작품을 메운 그의 인본주의는 독자들에게 친숙하지만, 작가 자신의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과묵한 성격이었고 늘 작품을 내세워 말하고자 했다”며 “친절하고 온화한 사람”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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